당신은 선인장, 나는 어른가시.
‘내 곁을 떠나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는 순간을,
당신이 시들어가면서 나를 더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때를,
나는 언젠간 잊을 수 있을까요?
상처를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은
세상의 누구의 말로도 말릴 수 없더군요.
나중에서야 생각해보니 묵묵히 지켜보던 내 모습은
상대방처럼 지쳐있었고, 상처 받아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런 인연이라면 빨리 끊는 게 좋아.’
혹은 ‘피할 수 있다면 그런 관계는 피하는 게 좋지.
안 좋은 영향이거든.’이라 말해요.
하지만 내가 받아온 상처는
사실 나의 인연이 준 것이 아니에요.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닌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컸고,
사실 내가 안았던 가시 덩어리는
세상으로부터 만들어진 거였어요.
그러니 세상이 나에게 사과해야 해요.
이런 세상이라 미안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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