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조 Apr 25. 2019

상처투성이

당신은 선인장, 나는 어른가시.

‘내 곁을 떠나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는 순간을,

당신이 시들어가면서 나를 더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때를,

나는 언젠간 잊을 수 있을까요?

상처를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은

세상의 누구의 말로도 말릴 수 없더군요.

나중에서야 생각해보니 묵묵히 지켜보던 내 모습은

상대방처럼 지쳐있었고, 상처 받아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런 인연이라면 빨리 끊는 게 좋아.’

혹은 ‘피할 수 있다면 그런 관계는 피하는 게 좋지.

안 좋은 영향이거든.’이라 말해요.

하지만 내가 받아온 상처는

사실 나의 인연이 준 것이 아니에요.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닌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컸고,

사실 내가 안았던 가시 덩어리는

세상으로부터 만들어진 거였어요.


그러니 세상이 나에게 사과해야 해요.

이런 세상이라 미안하다고요.

-


이전 01화 우리의 어느 지점에 이별이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