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을 위해

시간을 비우니 그 비움을 나로 채울 수 있었다.

by 선인장


낮의 시간이 ‘공유’라면, 밤의 시간은 내게 독점에 가까운 ‘소유’이다.


출근을 해서 일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커피 한잔을 사면서 마주하게 되는 계산대의 직원분, 일이 끝난 후 만나는 지인들, 그리고 심지어 운전하며 지나게 되는 많은 차들과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까지도, 일분일초 누군가와 마주치며 공유하는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그제야 나지막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쉰 뒤 혼자가 된다.

모두가 잠든 시간, 그 고요함과 어둠은 오히려 은은한 조명이 되어 ‘나’만을 위한 온전한 공간을 비춰준다.

그 공간 안에서 슬픔은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더 처절해지고, 사랑은 그 멈추지 않는 두근거림에 더욱 설레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들어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되어 잠 못 이루게 한다.

아침 햇빛을 받으면 마치 신기루같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그 마법의 공간은 매일같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지만, 늘 매번 아쉽고 특별하기에 밤의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어야 했던 시절, 마땅히 해야 했던, 그리고 따라야 했던 일과가 끝나고 난 뒤 모두가 잠든 시간만이 오직 내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이었고, 내가 온전하게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 새벽 시간에 라디오에서 듣는 차분하고 나지막한 정지영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마치 ‘그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시간은 야속하게도 참 빠르게도 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 내가 그 누군가가 필요했듯이...


나는 늘 외향적이고 주도적인 사자자리의 O형이었다. 즉 여장부로 인정 많고 너그러운 모습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창의적이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리더십이 있어서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으며 그 시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정해진 팔자(?)가 그럴지언정, 늘 혼자 가만히 고민하고 고뇌하던 내성적인 시간도 함께 필요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얻는 에너지도, 그리고 혼자 고뇌하며 즐기는 외로움의 에너지도 음양의 이치와 같이 모두 ‘나’를 만들고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가족과 지낼 때도, 혼자 지낼 때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삶을 함께 공유하는 동반자가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혼자 소유할 수 있는 ‘잠 못 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더 외로울수록 저 어둠 속 안의 내가 뚜렷이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은 온전한 나의 소유가 되고 만다.

그것은 마치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우면 채워지는 무소유의 역리(逆理)처럼 시간을 비우고 나니 그 비움을 나로 채울 수 있었다.


늘 함께했던 잠 못 드는 고요한 시간 덕분에 나는 반성하고, 배우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조용하고 잠잠한 밤에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더욱 나를 알아가고 발전시키려고 한다.




- Photo by 선인장. London,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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