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8 (목)
평소와 다름없이 수면내시경하는
프로포폴 맞는 설렘에 건강검진하러 갔다.
스르륵 잠드는 기분이 좋다. 누구는 깰 때의 약기운이 불편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것 없이
마취가 되는 기분이 마냥 좋았다.
첫 시작 자궁초음파
엇 근데 이상하다.
의사가 너무나 큰 혹이 난소에 있고 격막이 있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단다.
매년 받는 검진이라 1년 안에 생긴
혹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나 빨리 자랐다고?
발견이 늦었던 건가?
멍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3시간가량의 건강검진이 끝이 나고
가까운 큰 병원에 가보기로 결심한다.
회사에 복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에 내린 결정이라 마음은 가벼웠고 상급병원은 진료의뢰서가 필요하기에 요청해서 출발했다. 와중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서류를 물어볼 정신이 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큰 병원 진료경험이 없어 전혀 몰랐었는데 말이다.
큰 병원에 가서 마냥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당일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억울하지 않다.
당일에 진료해 주는 게 어디야?
난 내일부터는 또 출근해야 되는 시람인데.....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는 출근이 어렵겠다.
3시간을 30분 정도의 기다림으로
버티는 순간 내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그 사이 초음파 검사를 다시 했고 그 순간 나도 말이 없고 보는 이도 말이 없다.
의사 진료
크기가 갑자기 너무 크고
모양이 안 좋아서
CT를 찍어야 알 수 있겠다.
하지만 CT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니 개인병원에서 찍어와도 되고
실비가 있으면 입원해서 당장 내일이라고 찍어주겠다고 말씀하신다.
내일은 출근해야 해서 오후에 입원해서 찍는다고 말씀드리는데
암일 수도 있는데 출근이야기를 하는 나에게 확실한 방점을 찍어주신다.
그곳은 좋은 기억이 많았던 병원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갔던 것 같다.
두 아이를 출산한 곳이니 그보다 더 좋은 기억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최근 시어른의 초기암을
6개월 이상 더디게 진단했던 병원이기도 했다.
다음날 출근은 고사하고 입원해서 CT를 찍는데
CT만 찍으러 입원하는 환자가 흔하지 않은지
신입 간호사가 나에게 묻는다.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데요 CT만 찍으러 입원하시는 거예요?"
얘 뭐니?
예민하게 받아들여도 따지고 말고 할 에너지가 나에겐 없다.
집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돼 당일 퇴원을 한다.
정말 CT만 찍은 거다.
그렇게 빨리 진행해 주신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CT판독은 적어도 일주일이상 걸린다는데 빠르게 다음 주 화요일로 외래를 잡아 주신다.
왜 이렇게 빨리 해주시는 거지?
더 불안하다.
그 사이 날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번 더 개인병원으로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의중이긴 했지만 C코드(암코드)도 주고 나중에 항암 하게 되면 자기네 병원도 가능하니 오라고 한다. 하아........
이렇게 경솔할 수가...
간호사 자질이 의심스럽다.
폭풍검색을 하니
의사는 초음파를 보면 70% 이상은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의사 지인에게 연락해서 난소명의 정보도 받고 메이저 병원은 모조리 예약한다.
예약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놓이고
멀수록 답답하다.
하루에 수도 없이 기분이 널뛴다.
아니 이 시기에는 계속 다운이 맞겠다.
CT소견을 들으러 가는 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언니와 동행한다.
임신 7개월 차 언니가 걱정됐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역시 혈육이 최고다.
이름이 호명되어 진료실 들어가는데 의사가 같이 온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다. 이런 질문과 분위기는 난생처음이다.
아! 이제 선고를 하려나 보다.
의사가 말한다. 아니 말씀하신다.
기형종이에요.....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계속 들을 수가 없다. 야무진 언니가 이후에 상황에 대해 열심히 상담해 준다.
수술은 꼭 받아야 한다기에
나는 자궁이고 난소고 다 떼 달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진료실에 나와서 크게 한번 등짝스매싱을 받고 싶다.
그동안 오버(?) 한 것에 대한 대가다.
그러나 언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만큼 걱정이 많았겠지!
어쨌든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야 최종 진단이 나오지만 초음파보다는 정확한 영상 CT임을 맹신하며 귀가한다. 나를 진료한 의사가 대한민국 최고의 명의이다.
이제야 출근을 못했던 사무실이 보이고, 임신 중임에도 상황정리를 해주는 언니가 보인다.
그곳은 나와 수술소견이 맞지 않아
다른 병원을 방문해 여러 의견을 들어보기로 한다.
그러기엔 우리 집은 서울과 너무 멀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도 예약돼서 진료를 보았는데 CT영상을 재판 독할 일주일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말을 아낀다.
판독 결과는 똑같고 수술은 1년 후에나 잡혔다. 결론은 최종수술 후 조직검사임을 잊지 말자.
다른 교수에게 수술받는 옵션을 주셨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20년 전에 처음 방문했던 자료로부터 나오는 수술 전 협진 요청은 너무 마음에 든다.
세 번째 병원은 다니기도 편하고 의사도 친절하고 여러모로 쾌적하다. 단, MRI 촬영을 요청하신다.
예약을 하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방금 자리가 낫다며 연락이 왔다.
난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얼른 찍고 출발한다. 그러기에 비용은 살짝 가혹하다.
개인실비에는 보장이 안되나 단체실비에는 보장이 되는 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난다.
이곳의 좋은 경험으로 의사의 소견도 맞아서 수술을 결정하고 예약을 잡았다. 그전 병원처럼 세심한 협진 요청은 없지만 믿을만한 병원이기에 그대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