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필드 룰의 시작
OB(Out of Bounds) – 경계선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전편에서 예고했듯이, 이번에는 실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룰,
바로 OB(Out of Bounds)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골프를 오래 쳐온 분들에게도 OB는 여전히 까다로운 상황이고,
초보자에게는 벌타부터 티 위치, 드롭 지점까지 헷갈리는 구간이기도 하죠.
2-2. OB(Out of Bounds), 경계 밖으로 나가면 벌타는 따라온다.
– 실전 룰의 시작, 캐디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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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란 무엇인가
OB는 Out of Bounds, 즉 ‘경계 밖’이라는 뜻입니다.
골프에서 OB는 공이 플레이 가능한 구역(코스)을 완전히 벗어났을 때 적용됩니다.
흰색 OB 말뚝이 세워져 있는 곳이 바로 그 경계입니다.
그 말뚝들을 이은 가상의 선을 공이 ‘완전히’ 넘어가야 OB로 판정됩니다.
공이 말뚝 안쪽에 조금이라도 걸쳐 있다면 OB가 아닙니다.
> “공 전체가 경계 바깥으로 나갔을 때만 O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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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벌타는 어떻게 계산할까?
OB가 선언되면
1 벌타를 받고, 공을 마지막으로 쳤던 자리에서 다시 칩니다.
이걸 **스트로크 앤 디스턴스(Stroke and Distance)**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티샷이 OB → 다시 티잉그라운드에서 3타째
세컨드샷이 OB → 그 자리로 돌아가서 4타째
OB = 1 벌타 + 거리 손해
이 공식은 꼭 기억해 두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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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티(Local Rule) 사용은 현실적인 선택
많은 골프장에서는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OB 특설티(OB티)를 마련해 두고, 로컬 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OB티는 보통 페어웨이 중간쯤에 설치돼 있고,
이곳에서 2 벌타를 받고 4타째부터 이어갑니다.
즉,
티샷 OB → OB티에서 4타째
세컨드샷 OB → OB티에서 5타째
하지만 이 OB티는 정규 룰이 아니라 골프장마다 다른 로컬 룰이며,
캐디의 안내에 따라야 하고, OB티가 없는 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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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구? 실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룰북에는 OB 가능성이 있을 때 “잠정구를 선언하고 다시 쳐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잠정구보다 OB티를 활용하는 것이 더 실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티샷이 약하거나 방향이 불안한 아마추어 골퍼,
OB 확률이 높은 구질,
뒤 팀이 밀리는 상황에서는
잠정구는 진행을 늦추고, 오히려 멘털에 더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OB티에서 깔끔하게 네 번째 샷부터 이어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다운 룰을 따를 때,
모두가 덜 피곤하고 더 즐겁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파 3홀에서는 공이 OB방향으로 갔고
티잉그라운드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잠정구를 치고 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고
확실한 OB여도 다시 치는 게 유리합니다.
3 온에 1 퍼터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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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언니의 현장 노트
"OB예요."
이 말 한마디에 플레이어의 표정이 굳는 걸, 나는 수도 없이 봅니다.
OB는 벌타보다 멘털을 먼저 흔드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현장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골퍼는 진짜 멋집니다.
잠정구를 고집하기보다, OB티에서 웃으며 네 번째 샷을 준비하는 플레이어.
그게 필드 위에서 진짜 멋진 아마추어입니다.
룰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룰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줄 아는 지혜는 더 중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해저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24. 4. 19. 금요일
〈캐디언니 일기〉 – 장갑은 벗을 때까지 몰라요.
오늘은 1박 2일 팀을 나갔다.
2팀 단체팀이었고, 친구 사이 같았다.
앞뒤 팀 모두 남자 네 분이었다.
광장에서 대기하며 태블릿으로 중대재해 사인을 받고,
클럽 커버 유무를 확인한 뒤 아이언 커버랑 퍼터 커버를 벗겼다.
앞팀이 티잉그라운드로 가자 대기선상까지 이동했다.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우리 골프장의 아웃코스는 오르막이다.
우측은 OB, 좌측은 해저드.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홀이었다.
D 고객님이 오너였다.
화이트티에서 쳤는데, 공이 레이디티 전에 떨어졌다.
멀리건을 드렸다.
A 고객님 볼은 160미터 지점에 떨어졌다.
백핀까지 감안하면 180미터는 쳐야 했다.
B, C 고객님은 둘 다 OB가 났다.
진행을 위해 OB티로 이동하셨다.
나는 우측에 OB 난 볼을 찾으러 갔다.
그쪽은 전반 마지막 홀이었고,
볼을 주운 뒤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턱 막혔다.
다음 홀은 내리막 330미터 파 4였다.
좌우 모두 OB였고, 슬라이스 구질이라
네 분 모두 150미터 전 오른쪽에 떨어졌다.
D 고객님이 멀리건을 받고 다시 오너로 나갔다.
공은 오른쪽으로 밀렸고, 백핀이라 190미터 정도 남았다.
발보다 공이 위에 있어 설명까지 드리고 갔는데,
공이 없었다.
결국 D 고객님은 됐다고 하시며
친구분의 공을 빌려 치셨다.
그린에서는 내가 말한 방향과 다르게 공이 갔다.
신용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3번 홀은 파 5였다.
우측은 OB, 좌측은 해저드.
좌측 170미터 지점부터 벙커가 있었고, 옆은 계곡이라
훅이 걸리면 공을 못 찾는다.
해저드가 중간에 있었고, 230미터까지가 안전거리였다.
A, B 고객님은 해저드를 넘기려면
180~170미터는 쳐야 했는데
그냥 우드를 치셨다. 두 분 다 못 넘기셨다.
B 고객님은 좌측 벙커에 빠졌다.
라이는 좋지 않았고, 그대로 덤비셨다.
벙커에서 두 번 치고 겨우 물 앞까지 보냈다.
물을 건너기 전까지 이미 4타를 쳤다.
4타째는 잘 맞아서 125미터 남는 지점까지 갔다.
D 고객님은 300미터 남은 곳에 계셨다.
우드를 쳤는데 뒤땅이 나며 해저드로 빠졌다.
A, C, D 고객님은 해저드 특설티로 이동했다.
190미터 남은 지점이었다.
그린 왼쪽에는 벙커가 있었고,
핀은 왼쪽이라 핀보다 오른쪽 보시라 안내드렸다.
D 고객님 공은 왼쪽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친 공은 그린 뒤로 오버됐다.
6 온이었고, 퍼터는 오케이 드렸다. 트리플 보기였다.
이동 중 태블릿에 트리플이라고 입력하자
“더블 아닌가요?” 하셨다.
처음부터 복기를 도와드렸다.
복기 순서를 따라가니 트리플이 맞았다.
티샷이 잘 맞았고, 퍼터도 오케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우셨던 것 같았다.
후반 6번 홀, D 고객님 티샷은 벙커에 빠졌다.
피칭으로 오른쪽으로 쳐서 60미터를 남겼고,
공은 그린을 넘어갔다.
4 온 1 퍼터 오케이, 더블 보기였다.
7번 홀로 이동하며 더블 보기로 기록하자
“보기였어요” 하셨다.
다시 복기를 도와드렸고, 더블 보기로 정리됐다.
“캐디 머리 나쁘면 못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나를 한 번은 이기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고..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고, 가끔 놓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생업으로 하는 일이므로 그저 최선을
다해 고객님의 플레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것이지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는가 싶다.
고객님의 일을 내가 할 수 없듯이 우리는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맡은 봐 일에 마음을
다 하며 살 뿐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실 이상하게 D 고객님 스코어가
유달리 또렷하게 보이긴 했다.
아무래도 떨어진 신용은 잡고
책은 잡히기 싫어서 더 집중했던 것 같았다.
스코어 복기만 네 번.
체력도, 정신도 꽤 썼다. 피곤했다.
그래도 고객님들과 서로 “고생 많았습니다” 인사를 나눴고,
나는 “내일도 즐거운 라운드 되세요” 하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