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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실전 룰, 해저드에 빠졌을 때

캐디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필드 룰의 핵심

by 캐디언니


해저드란 무엇인가

해저드는 골프장에서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구역’을 뜻한다.
주로 워터 해저드(연못, 개울 등 물이 있는 구역)나 벙커가 해당된다.

해저드는 말뚝의 색으로 구분된다:

옐로 스테이크(직선 해저드): 해저드를 정면으로 가로질러야 하는 경우

레드 스테이크(측면 해저드): 해저드가 페어웨이 옆을 따라 이어지는 경우


두 스테이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제 드롭 위치에 있다.

옐로 해저드는 공과 홀을 잇는 선상 뒤쪽으로만 드롭 가능하다.

레드 해저드는 선상 드롭 외에, 해저드에 들어간 지점 기준으로 2 클럽 이내의 측면 드롭도 허용된다.
→ 레드 해저드가 더 유연한 드롭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 흰색 OB 말뚝처럼, 공이 완전히 해저드 안으로 들어가야 벌타가 적용된다.

> 실전에서는 사실, 아마추어 골퍼 대부분이 정식 룰대로 드롭하지 않는다.
해저드티로 가거나 나간 지점보다 앞에서 칠 때도 많다.
하지만 정확한 룰을 알아야 '선택'도 정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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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드 벌타, 어떻게 적용될까?

공이 해저드에 들어가면 1 벌타가 부과되고,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직전 지점에서 다시 치기 (1 벌타)

공이 들어간 지점과 홀을 잇는 선상 뒤쪽으로 드롭 (1 벌타)

레드 해저드일 경우, 홀과 반대 방향으로 2 클럽 이내 드롭 가능 (1 벌타)


옐로 해저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레드 해저드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드롭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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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드에서도 칠 수는 있다

공이 해저드 안에 있어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쳐도 된다.
단, 해저드 구역 안에서는 클럽이 땅이나 물에 닿으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2 벌타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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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언니의 실전 팁

해저드에 빠졌다고 무조건 드롭하지 말고,
공의 위치와 라이를 먼저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한다.

공이 어디서 들어갔는지 정확히 보기 어렵다면
진입 경로를 기억해 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초보일수록 무리해서 넘기지 말고,
해저드 전방에 안전하게 레이업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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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언니의 일기 – 2024. 4. 21. 일요일

1박 2일 부부 동반 팀.
나는 앞팀인 부인팀 세 분을 맡았고, 뒤에 남편 네 분이 따라오는 흐름이었다.
부부팀들은 대부분 레이디팀을 앞팀으로 예약한다.
레이디분들이 라운드 후 샤워 및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쓰리 백이긴 했지만, 클럽들이 깨끗했고
드라이버에 공 맞은 자국이 제각각이라 조금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 전 남편 한 분이
“세 분 실력 많이 안 좋다”며 미리 만 원을 건네고 가셨다.

편의상 A, B, C 고객님이라 하겠다.
A 고객님은 말도 많고 정신이 산만했다.
어드레스가 너무 길었지만 드라이버는 잘 맞았다.
다만 그다음 샷들이 아쉬웠다.

B 고객님은 그나마 차분했다.
C 고객님은 뒤팀을 너무 의식하셔서 모든 샷이 급했고,
그럴수록 더 안 맞았다. 여유를 가지시라 해도 쉽지 않았다.

전반 4번 홀 파3에서 A 고객님이 화장실에 급히 가시다가 미끄러져 넘어지셨다.
앞팀은 이미 홀아웃했고, B 고객님만 모시고 티잉그라운드로 이동했다.
B 고객님은 미스샷을 했고, 대기 중에 멀리건을 드렸다.
A 고객님께 파스를 뿌려드리는 사이, C 고객님께 먼저 티샷 하시라고 건넸다.

티샷을 마치고 돌아온 C 고객님께
“지금처럼 뒤팀 신경 쓰시면 플레이가 더 어려워지니
후반엔 뒷팀 먼저 보내드리는 것도 방법”이라 말씀드렸다.
전반 5번 홀로 이동하면서 “벌써 5번 홀입니다” 했더니
세 분 모두 “벌써요?” 하시며 깜짝 놀라셨다.

정신없이 따라가기만 한 라운드였다는 뜻이었다.

4월 중순, 영산홍과 철쭉이 만개하고
배꽃과 사과꽃이 곳곳에 피었지만,
그걸 볼 여유 없이 후 달리며 치는 골프는
신라호텔 뷔페에 가서 김밥만 먹고 나오는 거랑 뭐가 다른가.

급하게 친다고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허둥지둥 클럽만 흔들면 더 진행이 꼬일 뿐이다.
차라리 신중히 셋업 하고, 이동만 빠르게 하라.
그게 진짜 진행이다.

다행히 5번 홀부터 세 분이 리듬을 찾으셨고,
앞팀을 기다릴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7번 파3에서는 단체사진도 찍었다.
전반이 마무리될 즈음 C 고객님께서
미리 캐디피와 오버피까지 챙겨주셨다.

후반 3번 파3, C 고객님이 오너로 먼저 티샷을 하셨다.
그린 앞 워터 해저드를 넘기지 못하고 60m 지점에 떨어졌고,
아쉬우셨는지 다시 한번치고 싶다고 하셔서 순서를 마지막으로 미뤘다.

B 고객님이 95m 거리에서 7번 아이언으로 빨간 볼빅을 쳤다.
경쾌한 소리, 정확한 에이밍.
볼은 핀을 향해 이쁘게 날아가더니
그린에 착지 후 그대로 홀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땡그랑 소리까지 들렸다. 완벽한 홀인원.

B 고객님은 보험이 없었지만 환호성이 터지자
뒤팀 남편분이 오버피를 챙겨서 우리에게 오셨다.

홀인원은 단순히 샷이 아니라 의식이다.
공을 햇빛에 닿지 않게 핸드타월로 덮은 뒤

서로 앞으로 하는 일 마다 순조로우시라 덕담을 나누고

크게 맞절을 한다.

맞절을 한 후에 공을 핸드타올에 감싸서

복주머니에 담아 드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인증샷과 동영상으로 남긴다.

스마트스코어에 기록을 저장하면 빵빠레가 터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말고 그것도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

오늘 사모님들은 경험이 없으셔서 하나도 놓치지않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안내해드렸다.

다른 동반자분들은 어프로치로 공만 올리고

퍼팅은 하지않는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하나는 플레이 시간에

이런 의식들을 했으니 뒷팀을 위해 빨리

홀아웃 해야한다.

또 하나는 약간 성적 의미이면서

복을 기원하는 제의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까지 7번 정도 홀인원을 봐왔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은 홀인원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이 아웃코스 3번 홀에서만 3번째다.

그날 받은 돈 중 만 원 세 장은
복돈이라 생각해 당번, 경기과, 뒷팀 캐디에게 나눠줬다.
7번 홀에서 A 고객님이 11m 롱퍼로 버디를 하셨고,
그걸 남편께 자랑하자 버디피로 또 만 원이 나왔다.

라운드를 마치고 광장으로 가니
당번이 꽃다발과 홀인원 증서를 준비해 두었고,
단독 사진, 동반 사진, 두 팀 단체사진까지 촬영하며 마무리했다.

B 고객님은 이날이 결혼기념일이라 하셨다.
그 기념일이 오래오래 복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정신은 없었지만, 마음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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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룰과 매너 사이 – 기본이 골프를 만든다'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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