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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Mar 21. 2018

잘들 지내시지요?
​저는 안녕합니다

유방암 치료 후 하루하루를 잘 지내보고자 시작한 브런치인데

이래저래 일이 많아져서 매일 포스팅이 어려워지네요.


암에서 놓여난 후에는 무조건 가늘고 길게 오래 살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숨만 쉬면서 길게 사는 게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오묘 미묘 복잡한 존재라 그런지

한 고비 넘기고 나니 다른 욕심이 슬며시 고개를 들더군요

스트레스 안 받는 일을 하면 되면 않을까?

더 나아가 행복한 스트레스 운운 하며


그렇게 나온 책이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입니다

행복한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책으로 선보인 건 3개월 남짓 되었지만

지나 8월부터 기획하고 준비했으니 7개월 가량을 매달린 셈입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홍보 창구가 마땅치 않아 시작한 

다음 스토리 펀딩의 파급 효과가 놀랍습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8819

펀딩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뿐 아니라

다이어리를 통해 잘 관리하고 극복하자는 말에서부터

함께 이 암이라는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는 메모,

자신보다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을 위해서 펀딩힌다는 말.

그 어떤 신약 항암제보다도 더 효과 좋은 심리적 항암제였습니다.

글을 받는 저나 다이어리를 나누는 두 손 두 마음 다 

이 마음이, 위로가 전해질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음식을 통해 취하는 영양제 못지않게 

감사와 즐거운 마음에서 나오는 호르몬도 

높은 치유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거지요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들려온 한자락의 음악,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줄 알게 되었습니다

바쁜 마음에서는 전혀 안중에도 없던 것들이지요


일을 시작했지만 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전에는 일 욕심에 끼니도 걸러가며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가며 낭비하지 않고 살려 했다면

지금은 속도가 2배로 느려졌습니다.


우선은 식사와 운동을 거르지 않습니다

내가 있어야 일도 있고 돈도 있기 때문에

오전에 운동을 하면 오후에는 일에 집중합니다

저녁 시간은 당연히 쉬어야지요

피로가 올 때까지 일하지 않으려 합니다

피로를 느끼면 몸은 이미 많이 지쳐 있는 겁니다.

혹 게으르게도 보일지 모릅니다.

좀 게을러도 괜찮습니다.

일을 적게 하니까 당연히 수입이 줄어듭니다.

괜찮습니다.

스타벅스 가지 않고 이디야 커피 먹으면 됩니다

맛집 가지 않고 소박한 집밥을 먹으면 됩니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이렇게 충당됩니다


요즘은 매주 펀딩 연재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내맘대로 쓰는 것과 달리

공적인 글이 되기도 하고

무심코 쓴 단어 하나에 흔들릴 분이 있을세라 

문장 하나하나 곱씹고 되새기고

여간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런 글을 쓸 능력이 있나도 한번 돌아보구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담담하게 쓰려 합니다

암 진단을 받았다는 그 사실도, 시간은 흘러간다, 라는 

진리 안에서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진단 수술 항암 방사치료 등 일련의 치료과정도

통과의례처럼 시간 따라 흘러 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가를 치른 만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삶은 그만큼 더 귀하고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암을 경험한 자는 어떻게 보면 여러면에서 능력치가 레벨업됩니다

무엇보다 정신적 힘이 강해지지요.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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