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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ul 23. 2019

책을 만들지만 팔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

역설적인 말이지만 낚싯글도 아니고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다 출판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불경기에 잘 안 팔리는 분야라 애초에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방암을 겪고 나서 건강의 소중함과 다시 재발 전이로 발목이 잡히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건강 다이어리를 기획 출간한 뒤 이어지는 작품들도 다 유방암과 깊게 관련이 되었다.


책을 통해서 전해오는 인연들의 소식은 책이 팔리는 걸 좋아하기 이전에 마음이 아프다. 새로 만난 환우는 유방암 진단 소식을 알리자 형제들이 너도나도 다이어리를 사와서 3권이나 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독자가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분이다 보니 책이 팔릴 때마다 반갑기보다는  먼저 안타깝고 슬프기까지하다. 호주에서 온 다이어리 주문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드러내기 힘들다 보니 책을 출간하고 나서도 사달라는 홍보도 하기 힘들다. 자신에게 닥치지 않고서야 절실함을 느끼기 힘들고 남의 일인 경우에는 처음에는 위안도 하겠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일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도 다 괜찮다. 어디에 있든지간에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이 책 한 권 사준다는 소리보다 더 반갑다.책이 안 나가도 좋으니 다들 건강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에 깊은 공감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유방암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다. 진단을 받으면 관련책들을 많이 사게 된다. 갑자기 들이닥친 침입자에 대해 좀더 알아서 잘 대처하고 빨리 확실하게 몰아내려는 간절함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기획하고 만든 책을 접한 독자들을 여러 경로로 접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안쓰럽다. 한 가정의 어머니고 아내고 딸이고 며느리였을 그분들이 중한 병에 걸리고 그로 인해 한 가정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내가 전할 수 있는 위로도 다른이들의 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에 더해 직접 겪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지나갑니다. 조금만 견뎌주세요." 하는 것.  진심이고 진리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특별히 완치되고 그런 게 아니다. 치료법도 좋아지고 치료환경도 좋아져서 거의 다 완치된다. 치료과정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내가 일일이 다 다찾아뵙고 위로를 전할 수 없어서 책을 냈다고 하면 과장일까?


어쨌든 내 유방암 경험은 이제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게 되었다. 가능하면 유방암 진단 받은 분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진단을 받아들이고 잘 치료 받을 수 있는 안내서를 계속 기획할 거 같다. 


일단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는 완치를 뜻하는 5년차까지 계속 쓰도록 5가지버전으로 완성할 것이다. 현재 나온 것을 첫째 운동으로 관리하자는 길버전과 음식으로 치유를 돕는 슈퍼푸드 버전, 다음은 3년차 환우들이 쓸 수있는 꽃길버전이다. 4,5년차는 계속 기획중이다.

또 유방암 진단받은 이들을 위한 책에서, 나아가 완치후 사회에 복귀해 건강한 일상을 사는 이야기도 계속 펴내려 한다.


나 자신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많이 치유가 되었다. 다른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책을 만드는 내내 나는 치유되기 때문에 나 자신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진단 당시 자포자기한 마음도 내 치료 과정을 뒤돌아 써보면서 스스로 치료한 것 같다. 


이번에 출간을 앞둔 "유방암이 내 삶을 멈출 수 없습니다"는 솔직한 내 고백이다. 4기도 이렇게 잘 치유되니 힘 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https://www.tumblbug.com/4giama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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