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병원 생활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병원 생활에 익숙해졌다.




휴게실에 들어가서 여유롭게 식단표를 봤다. 점심 메뉴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 병원에서는 점심때 특식과 일반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늘 특식을 골랐다. 특식은 보통 밥이 아닌 짜장면이나 떡국, 죽 같은 한 그릇 음식이 나왔고 일반식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별로 맛없는 반찬이 나오는 날에는 밥 신청을 취소하고 병원 아래 편의점에서 사 먹거나 부모님이 주신 반찬을 먹었다.




피도 멎었다.

점점 옅게 나오던 피가 멎었을 때는 긴장이 팍 풀렸다. 매번 피가 얼마나 나올까 화장실을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출혈이 없어져 움직임에 더욱 자유가 생겼다. 나는 링거걸이를 끌고 병원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했다. 물론 계속해서 아기의 심장 소리를 추적하고 혈압을 재고 수축을 측정해야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자주 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며칠 입원을 하다 보니 스케줄이 그려졌다.




남편과 부모님도 매일 면회를 오셨다. 병원 입구 바로 바깥에는 면회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가족들이 거기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병원 밥이 먹기 싫었던 나는 저녁 시간마다 남편과 함께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내게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짧은 만남이 끝난 뒤에 병실로 올라가면 적막만이 흘렀다. 6인실은 늘 조용했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나 익숙하지 않았던 건 화장실 사용이다.

나는 입원 이후에 변비에 걸려버렸다. 원래도 집 아니면 볼일을 잘 못 보는 타입인데 다인실이라 더욱더 볼일을 볼 수 없었다. 너무 괴로워서 의사 선생님께 변비약을 처방받았다. 임신 중이라 변비가 더욱 극심해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병원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 간 적도 있었지만, 너무 부피가 큰 링거 걸이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결국 살고자(?) 철판을 깔고 약의 힘을 빌려 아침 일찍 볼일을 봤다.




링거를 늘 맞고 있었기 때문에 샤워는 할 수 없었다. 4-5일 주기로 새로운 링거를 꽂는데 꽂기 전 잠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머리는 간병 선생님께서 감겨 주셨다. -우리 병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었다.-다른 사람이 감겨 주는 머리는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일은 새로운 링거를 맞는 날이었다. 드디어 샤워를 할 수 있겠구나. 점심에는 부모님이 오셔서 같이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김밥과 라면을 먹을 것이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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