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작가의 현실 연애는?
어쩌다 보니 처음 쓴 장편도 로맨스, 다음 작품도 로맨스, 그다음 작품도 로맨스다.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를 재밌게 읽고, 인터넷 소설 원작인 ‘엽기적인 그녀’ 영화를 보며 깔깔댔으며,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홀릭해있던 나였으니, 어찌 보면 그 장르가 친숙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로서 ‘로맨스’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전에 안전가옥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절대적인 나쁜 놈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와 긴장을 끌어갈 수 있어서다. 때론, 아주 작은 ‘오해’나, 엇갈린 ‘타이밍’만으로도 극적일 수 있으니까.
로맨스에서 캐릭터들의 욕망은 또 얼마나 선한가. ‘저놈을 죽이고 싶어!’ 가 아니라, ‘쟤를 좋아하는데 어떡하지?’ (물론, 그렇다고 어떤 도덕적인 부분을 넘어서는… 다시 말해, 장르가 ‘순정’에서 ‘치정’으로 바뀌는 건 -작가로서 나의 신성한 영역인 로맨스를 해치는 것이므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고대 이집트로 타임 슬립 해서 청년 람세스를 사랑할래… 아니면 10대로 돌아가서 잘생긴 학생회장 오빠와 학원 연애를… )
사건도 그렇다. 회칼로 인간의 내장을 이리저리 쑤시거나, 트럭으로 친 다음에 앞뒤로 밟아서 완전히 압사 시키거나. 이런 게 아니잖아. 좋아하는 맘 들킬까봐 일부러 틱틱 대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고. 모른 척하는데 얼굴에 다 티 나고.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상상만 해도 즐겁군…)
여튼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로맨스 장르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 장르로 여러 작품 써 오고 있는데 조금 억울한 건 있다. 바로 작품 나올 때마다, “너 혹시…”에 시달린다는 거다.
원래는 SNS 드라마로 기획했다가 엎어져서 먼저 소설로 낸, 불운의 첫 작품. 루머와 찌라시로 괴로워하는 방송인의 삶.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밥만 먹어도 소문나니까 더 벽치며 살아야 했던 삶에 대한 비애랄까? 뭔가 이상한 걸 감지하면 내 인생의 로맨스를 지키지 못할 거 같아 도망치기 일쑤였던 환생 다프네 시절…) 어찌어찌 머나먼 타국에서 출간 소식을 들었는지 전자책 리더기로 여고 동창이 읽고, 따로 이런 걸 물었다. “너 혹시… 편집자랑 사귀냐?” (여자야…) 작년에 웹드라마가 나오고 나서도. “너 혹시… PD랑 연애해?” (이대 나왔어…) 그러고 보니 웹소설 쓰고 나선 별 말이 없다. “너 혹시… 뱀파이어랑?” 아아, 미라나 좀비 쯤 되어야 이런 질문에서 해방되나 보다. (따지고 보면 앞에 두 작품은 다 기획 작품이라, 기획부터 창작까지 혼자 끌고 간 뱀파이어가 이상형이란 아이러니…)
여성향 로맨스를 주로 쓰다 보니, 아무래도 이 부분에선 여성 편집자나 연출과 합이 잘 맞는 편이다. 꿈꾸는 로맨스의 ‘결’이 비슷하달까. 그리고 이건 비약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지낸 (궁극의) 로맨스 작가님들은… 정말 현실 연애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분들이었단 걸 조심히 밝혀본다. (아니 왜 눈물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