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미스터리
#1. 소품집 :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미스터리 (2016.10.19)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이번에는 승객이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6년 10월19일 오전 7시18분이었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방화 방면으로 가던 열차에서 내리던 한 승객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공간에 갇혀버린 사고였다. 그는 그 틈에서 7m 가량 끌려가며 벽과 잔동차 사이에서 온몸이 부딪혔다. 내장이 파열됐고 양팔과 갈비뼈는 부러진 채였다.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고 직후 "물을 달라, 가슴이 아프다",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달라"는 말은 유언이 됐다.
구의역 사고 이후 또 다시 같은 류의 사고가 생겼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기자들은 이 사고를 다룰 때, 육하원칙에서 '왜'를 쓰지 못했다. 왜 발생했는지가 그들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였다.
출근시간대인 만큼 수많은 다른 승객이 있던 때였다. 당시 비상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한 이도 있다. 또 사망자가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 갇혀 기관사가 30초간 문을 열었고, 그 때 전동차에 타지 않은 채 그 사이에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단순히 기관사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 목격자에 의해 사망 승객이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려고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모두 닫힌 상태에서 그 사람이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전동차 출입문만 열리고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자 이를 강제로 열려다 사고가 났다"는 식의 이야기다. 사고 당일 기관사도 경찰 조사에서 "인터폰을 통해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문을 열어달라'고 해 전동차 출입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사망 승객은 한 항공사의 엔지니어였다. 인천공항에 있는 근무지에 가기 위해 마지노선에 놓인 전동차를 탄 상태였다. 이번에 내리지 않았다면 지각이었다고 한다. 지각하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결국, 늦지 않기 위해 무작정 전동차를 멈춰세운 그 사람이 1차 사고 원인, 노후화된 시설과 부주의한 직원들의 대처가 2차 사고 원인이 돼 사망자가 생긴 셈이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조사 결과였다. 기자들도 당시 사고 원인 브리핑을 한참 들여다보며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는 데 모든 데이터가 답해주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