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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가벼움과 무거움≫ 소품:5

<5> 500억짜리 새활용플라자가 왜?

by 이원율
[헤럴드경제] 500억짜리 '새활용플라자' 돈먹는 하마__수도권 10면_20181121.jpg


소품집 5 : 500억짜리 ‘새활용플라자’ 돈먹는 하마? 왜? (2018.11.)

"여기 한 번 가봐라."


퇴근 무렵, 팀장이 서울시청 안 카페에서 한 말이다. 그때 팀장과 난 잡담 시간을 갖는 중이었다.


그는 이날 광진구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간담회가 이뤄진 곳은 서울교통공사 건물이 아니었다. 팀장은 공사 직원과 '새생활플라자'(실제 이름은 '새활용플라자'다. 팀장은 아직 제대로 된 이름을 못 외운듯했다) 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문화시설이라고 만든 곳인데,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였다"며 "카페도 근처 서울교통공사 직원들만 오는 것 같더라"고 했다.


팀장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럼 그렇지'였다. 작년 언젠가 새활용플라자 문이 열렸다는 기사를 쓴 후 어디서도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현 분위기만 봐도 어떻게 운영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가 간 개미 한 마리 없던 날은 평일이다.


그래도 문화시설인데, 금요일이나 휴일에는 극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잘못 물면 망신만 있을 뿐이다. 서울시를 통해 건립 예산과 유지비, 방문객 수를 확보한 후 실제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했다. 자료를 받는 데는 1주일여 시간이 걸렸다. 예산 대비 실적은 처참했다. 500억 원이면 얼마인가.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자랑으로 평가하는 서울로7017 건립비(700억 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금요일 늦은 오후, 일요일 이른 오후. 사람이 가장 많아야 할 시간대에 모두 방문해봤지만 암담했다. 물론 아예 사람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저 멀리서 한두 명씩 듬성듬성 보이는 가운데 좋은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안내 직원에게 "체험 프로그램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고 묻자 "신청자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지하의 상당 부분은 박원순 시장이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이 차지했다. 미심쩍은 부분이 들었지만, 서울시는 합리적 절차에 따른 입찰로 선정한 거라고 한다.


팀장은 이를 두고 말 그대로 혀를 끌끌 찼다. 팀장과 나, 두 사람 다 생각은 똑같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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