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널 위한, 색깔 많은 위로의 책>
한국 화가 이중섭(1916~1956)이 가족에게 쓴 글은 깊은 여운을 안고 있습니다.
가난에 갇힌 이중섭은 바다 건너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지만,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그의 가족 또한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제주도의 좁은 단칸방에 살던 이중섭은 가족을 위해 위로의 편지를 씁니다.
참아라,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 한다는 등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괜찮아, 힘내자는 식의 직접적인 위안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람회 준비는 잘 준비되고 있다, 누군가가 일을 도와줄 것이다…. 그때 나는 이런 마음이었지만, 또 어떻게든 잘 견뎌냈고 나아갔다는 식의 아주 사적인 생활과 감정 표현이 대부분이었지요. 가족은 외려 그의 꾸밈없는 일상에서 공감을, 꾹꾹 눌러 쓴 문장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또, 이중섭은 그런 문장들 곁에 그림을 그려놓곤 했지요.
글로는 차마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격려의 말들을 그림에 마저 실어 보내려는 것처럼요. 일하는 자신, 웃고 있는 아내, 놀고 있는 아이, 끌어안은 가족 등 언제든 꺼내 보면 힘이 되고 희망으로 다가오는 그림들이었습니다. 그가 전하는 위로는 함께 담긴 그림들로 인해 더욱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지요.
이중섭이 눈을 감은지는 55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이중섭의 담담한 글, 곁들여진 그림은 그의 가족을 넘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은은한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이중섭의 편지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됐습니다.
이중섭의 그런 편지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딘가 쓰라린 이들에게 '힘내', '괜찮아', '이해해'라는 표현 없이 위로를 안기고 싶었고, 그 기운을 더욱 짙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견디고, 나아가기 위해 숨 고르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며 아주 사적인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더 짙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그림을 선정해왔습니다.
'네가 뭔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엇도 아닙니다. 정말 특별할 것 하나 없이 많은 일을 겪고, 수없이 좌절하고 무너진 덕분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을 백화점처럼 품을 수 있었습니다.
달동네 속 어린 시절, 학교 담을 넘고 다닌 철 없던 때, 아르바이트 중 겪은 갑질, 거듭되는 취업 실패, 취업 이후에도 종종 눈물짓던 나날들을 담았습니다. 아울러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와 꽃을 사랑하는 엄마 사이 추억, 사랑하는 이와 함께 책을 읽는 순간, 가장 아끼는 친구의 결혼식도 담아냈습니다.
아주 사적인 제 이야기가 '평범'을 꿈꾸며 애써온 당신에게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은은한 위로로 느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인디언은 서로에게 이유를 붙여 선물하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다고 하지요. 선물할 땐 그저 상대방의 눈에 띄는 곳에 두곤 휙 가버린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림을 골랐습니다. 잘 알지도 못할 당신을 덥석 끌어안는 글이 되지 않길 바라며 문장과 명화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저, 이야기를 읽고 '나 말고도 이런 애가 또 있었다'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애도 사는데'라는 생각을 해도 좋겠습니다. '인제 와서 보니 별것 아니었다' 내지 '저 정도는 나도….'라는 생각도 꼭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화가들의 영혼이 담긴 명화 중 내게 딱 맞게 힘이 되는 그림도 몇 장 담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