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도보여행을 기다리면서
1.
열세 번째 도보여행부터는
제주 올레길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같이 가는 친구보다 먼저 밤늦게 제주에 도착했다.
다음날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평소 궁금했던 ‘제주맥주’에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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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맥주는 2017년 8월에 론칭했다.
대기업이 장악한 라거에 비해,
에일은 한국에서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제주맥주는 밀로 만든 맥주.
위트 에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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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맥주의 철학 때문이다.
맥주를 많이 팔겠다는 생각을 넘어
한국 맥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꿈이었다.
라거 맥주만 먹던 사람들에게
맥주의 다양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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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들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제주도에 방문한다.
제주 맥주는
제주 맥주를 통해 제주와 맥주에 대한 추억을
오감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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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주도라는 지명이 가진 매력도 있다.
‘제주’라는 지역이 주는 청량한 이미지를
맥주에 더하면 훌륭한 브랜딩이 될 거라 생각했다.
초기 1년 동안은 제주도에서만 판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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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주맥주의 첫 상품인 ‘제주 위트 에일’은
감귤피와 건조 오렌지 껍질 등을 이용해서
상큼한 맛을 살려
브랜딩의 일관성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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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17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약 200억 원 규모였으며,
제주맥주는 전체 시장의 1% 미만이었다.
인기를 얻던 브랜드는 더부스와 맥파이였다.
중심 상품은 IPA(인디아 페일 에일)이었다.
IPA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맥주였다.
제주맥주는 IPA가 아니라
위트 에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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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IPA의 씁쓸하고 강렬한 맛 때문에
IPA를 선택하지 않았다.
IPA는 19세기 영국에서 인도로 보내기 위해,
맥주의 알코올 도수와 홉 함량을
크게 높인 맥주다.
라거가 익숙한 한국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맛이었다.
IPA는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인기가 있던 양조장은 축소되거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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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주맥주가 고른 위트 에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었다.
라거보다는 신선하고, IPA보다는 산뜻했다.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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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가
편의점과 대형 마트 소비량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처음부터 이 채널에 많은 투자를 했다.
생맥주뿐만 아니라 캔맥주, 병맥주까지 제작했다.
특이한 패키징 디자인과 독특한 맛으로
5대 편의점과 대형마트, 할인점까지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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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주맥주는
대중들이 익숙하지 않은 길에 도전하되,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게 접근했다.
대중성에 머무른 대기업은 지루하게 느껴졌고
전문가적 시선만 바라본 크래프트 양조장은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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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1년 5월 제주맥주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주류 기업으로는 하이트 진로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상장 이후 흑맥주 ‘제주 거멍 에일’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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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주류 관련해서
이야기를 얻어볼까 해서 방문했는데
커피 관련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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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주도는 나에게 ‘택배비’의 지역이었다.
항상 추가 택배비가 붙는 지역이었다.
언젠가 제주에 로스터리를 만들어서
제주 분들도 입맛에 맞는 커피를 배송비 부담 없이
마시고 싶은 곳에서 드실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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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험하되
고객과 눈을 항상 맞추며
고객보다 반발짝 앞서 나가는 일을 벌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