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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Dec 14. 2021

아버지의 기일

여덟 번째. 홀가분.


아버지는 아프시고 나서

포도를 즐겨드셨다.

매일 일을 마치고

포도를 사러 가는 일정이 있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문득 궁금해져 찾아보니,

포도 같은 베리류에는

항암 성분이 있다고 했다.

아마 아버지의 몸에서 원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서 나를 만나기 위해

술을 끊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안 드셔서

나는 아버지가 술 취한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여덟 번째 기일이었다.

기존의 제사나 차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청주 대신 와인을 올려드렸다.


영화 싱글 라이더를 보면

마지막에 이병헌이 홀가분한 표정과 몸짓으로

태즈메이니아를 걷는 장면이 나온다.

문득 아버지 모습 같아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마지막에 좋아하셨던 과일이 담긴

술을 올리게 되었다.

특별한 의무감이나 걱정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버지가 한잔 드셔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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