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김훈 선생
1.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는
작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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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같은.
시간을 가르는 문장
생각을 진전시키는 글을 한번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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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에 올라와서
교보문고에 갔는데
베스트셀러가 ‘칼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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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이었다.
선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본 건.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않은
간결한 문장.
각각의 단문이 서로 리듬을 이루는데
참 경이로웠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부터
김훈 선생처럼 문체를 따라
써보려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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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동안 소설만 쓰던 김훈 선생이
세월호를 거쳐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는 걸
신문에서 보았다.
칼럼만 쓰는 게 아니라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간에게
어떠한 고통이 사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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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원로라고 하는 문인들 중에서
김훈처럼 발언하고
활동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김훈 선생은 이념이 아니라
인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념도, 각종 개혁도
당장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을 따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게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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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비'된 삶을 살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의 삶,
타인의 눈물,
내 친구와 이웃의 억울함에
마비되지 않고 싶다.
나의 이익이
곧 선이 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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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시 달리기를 꾸준히 타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히 다리를 움직여 달릴 때
내 힘이 길에 녹아드는 느낌이 좋다.
조금씩 길을 내저으며 달릴 때
풍경과 길이 흘러와
내 마음에 스미는 느낌이 좋다.
그 느낌들을 꾸준히 간직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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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유머'는 깊이 있는 공감을
다정하게 전달하는 거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표정,
생각과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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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책도 더 열심히 읽고,
매주 한편씩 글을 쓰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한편이면 1년에 52편인데
그중에 하나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라는 말을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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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생은여름방학처럼 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매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살면서도
숙제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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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훈 선생처럼 세상의 최전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 해 고객을 만나고 일상을 살아가서
시대를 진전시키는 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의 저력이 느껴지는 문장 한 줄 정도는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