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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Jun 07. 2022

차를 타고 나오는데 마스크를 안 갖고 왔다는 걸 알았다

인생은 결국 한 그릇의 왕돈까스

아침에 용인에 갈 일이 있어서 일찍 나왔다.

차를 타고 나오는데 마스크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가지고 나왔다.

글로브 박스에 항상 마스크를 넣어두는데

어제 다 쓴 모양이었다.

.

묭실에 들러 커피를 만들어놓아야 했다.

시간이 부족해 처음 계획만큼 만들지 못했다.

.

그렇게 묭실을 나와 신호등에 멈췄는데

갑자기 앞 차에서 사람이 나왔다.

부딪친 거 같다는 거였다.

앞 차가 어떤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분명히 부딪치지 않았다.


서로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고서야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서로의 길을 갈 수 있었다.

.

그러다 보니 밀리는 시간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고

평소보다 2배는 더 걸려서

용인 창고에 도착했다.

.

서둘러 와인을 꺼내다 보니

와인 상자에 팔을 베었다.

.

오전 내에 와인 거래처 2곳을 들러야 했다.

서울로 다시 가는 동안에도 차는 또 막혔다.

처음 생각보다 1시간은 더 걸려서 도착했다.

.

처음 들른 거래처는 전에 몇 번 들렀던 곳인데

안내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아 들어가야 했다.

출입증을 받고

원래 가던 엘리베이터로 가려고 하니

'이 쪽으로 가시면 더 빨라요' 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 사람이 거의 처음으로 온 사람임을.

의심 없이 가서 해당 층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건물이 서로 달라서

출입증도 새로 받아야 했다.

또 지체되었다.

.

마음이 너무 급해졌다.

묭실로 오자마자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라인더가 말썽이었다.

더치 500g으로 갈아달라는 고객에게

100g을 남기고 그라인더가 멈췄다.

.

A/S 센터에 전화하니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했다.

말인즉슨

내부 청소를 하고 원판을 '잘' 끼우면 된다.

는 내용이었다.

'청소기 같은 건 없으세요?'라는 말에

약간 부아가 오른 건 사실이다.

.

방문 A/S는 안되냐고 하니, 보증기간이 끝나서

10만 원을 달라고 했다.

그저 '이렇게 저렇게' 하는데

10만 원을 주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내가 한번 해 보기로 했다.

.

로스팅을 틈틈이 지켜보며 조절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면서

기계를 바닥에 앉혀놓고 나름의 내부 청소와

원판 돌리기를 시전 했다.

.

로스팅을 틈틈이 지켜보며 조절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면서 고치다 보니

시간은 또 지체되었다.

결국은 고쳤다.

.

뭐 어쨌든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와인도 잘 가지고 왔고

주문도 다 처리했고

그라인더도 고쳤다.

.

일진이 나쁜 날도

좋은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구나. 라든가

인간의 의지는 강하다.

류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먹었지만

최근 석 달 정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 보지 못 했던

신대방삼거리역 ‘신온누리에생돈까스’에 가서

일반 돈까스 하나를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

나중에 기억하고 싶을 것 같아

이렇게 기록해본다. #2022_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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