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결국 한 그릇의 왕돈까스
아침에 용인에 갈 일이 있어서 일찍 나왔다.
차를 타고 나오는데 마스크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가지고 나왔다.
글로브 박스에 항상 마스크를 넣어두는데
어제 다 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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묭실에 들러 커피를 만들어놓아야 했다.
시간이 부족해 처음 계획만큼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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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묭실을 나와 신호등에 멈췄는데
갑자기 앞 차에서 사람이 나왔다.
부딪친 거 같다는 거였다.
앞 차가 어떤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분명히 부딪치지 않았다.
서로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고서야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서로의 길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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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밀리는 시간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고
평소보다 2배는 더 걸려서
용인 창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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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와인을 꺼내다 보니
와인 상자에 팔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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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에 와인 거래처 2곳을 들러야 했다.
서울로 다시 가는 동안에도 차는 또 막혔다.
처음 생각보다 1시간은 더 걸려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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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른 거래처는 전에 몇 번 들렀던 곳인데
안내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아 들어가야 했다.
출입증을 받고
원래 가던 엘리베이터로 가려고 하니
'이 쪽으로 가시면 더 빨라요' 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 사람이 거의 처음으로 온 사람임을.
의심 없이 가서 해당 층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건물이 서로 달라서
출입증도 새로 받아야 했다.
또 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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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급해졌다.
묭실로 오자마자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라인더가 말썽이었다.
더치 500g으로 갈아달라는 고객에게
100g을 남기고 그라인더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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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센터에 전화하니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했다.
말인즉슨
내부 청소를 하고 원판을 '잘' 끼우면 된다.
는 내용이었다.
'청소기 같은 건 없으세요?'라는 말에
약간 부아가 오른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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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A/S는 안되냐고 하니, 보증기간이 끝나서
10만 원을 달라고 했다.
그저 '이렇게 저렇게' 하는데
10만 원을 주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내가 한번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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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을 틈틈이 지켜보며 조절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면서
기계를 바닥에 앉혀놓고 나름의 내부 청소와
원판 돌리기를 시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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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을 틈틈이 지켜보며 조절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면서 고치다 보니
시간은 또 지체되었다.
결국은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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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든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와인도 잘 가지고 왔고
주문도 다 처리했고
그라인더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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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이 나쁜 날도
좋은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구나. 라든가
인간의 의지는 강하다.
류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먹었지만
최근 석 달 정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 보지 못 했던
신대방삼거리역 ‘신온누리에생돈까스’에 가서
일반 돈까스 하나를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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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억하고 싶을 것 같아
이렇게 기록해본다. #2022_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