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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Nov 15. 2022

가을이 가득 찬 시점에 한 번씩 트는 영화

현빈은 중국말 두 단어를 알았다. ‘하오(좋다)’와 ‘화이(좋지 않다).‘ 탕웨이는 영어와 중국어를 했다. 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식당의 바에 앉았다.


내일 감옥으로 가야 하는 탕웨이가 처음으로

내일 감옥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영화 속에서 중국어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현빈은 한 단락,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랜덤으로 하오. 와 화이. 를 추임새로 넣는다. 그 남자를 누구보다 좋아했어요. 화이. 그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였어요. 하오.


탕웨이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건지. 그야말로 랜덤으로 하는 건지 탕웨이도 긴가민가. 지켜보는 나도 긴가민가 하다. 현빈의 눈빛이 묘해서 더 긴가민가 하다. 유튜브에서 57분 28초부터 나온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현빈이 탕웨이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준 첫 사람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사랑은 결국 나의 이야기를 특별한 평가 없이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자기의 경험으로 나의 삶을 판단하는 사람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상처받는가.


가을이 가득 찬 시점에 한 번씩 트는 영화. 만추晩秋.


매주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모자라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빨리 더 써야겠다. 1년은 52주이니 이제 7개 남았다. #2022_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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