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도보여행
8월 14일. 일이 있어서 서울 왔다가 중간 일정이 비었다. 다녔던 학교에 와 봤다. 같은 서울이라 졸업 후 한 번씩 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거처를 옮기고 더 자주 오는 거 같다.
사람들은 20대가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뭘 해야 할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매일 학교에 갔었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은 나로서는.
가보니 좋았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높아 노을과 야경이 좋았다. 법대 수업을 듣고 인문대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보는 게 나름의 낙이었다. 학생식당 왕돈가스를 먹었는데 맛이 더 좋아졌다.
2020년부터 매년 8월 중순 즈음에 택배 없는 날이 있다. 덕분에 나도 푹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생애 스물두 번째 도보여행 했다. 올레길 7코스. 더 갈까 했는데 날이 여전히 뜨거웠다. 나는 여행을 하러 왔지, 빨리 걷기 시합을 하러 온 게 아니니까. 걷는 곳은 제주인데 서울 생각을 많이 한 신기한 여정이었다.
날은 계속 더워지고 장마는 스콜Squall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가 오고 가고 세상이 돌아간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참 대단한 거 같다. 택배 보내지 않는 날이 꼭 필요할 정도로.
*2025년 8월 17일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