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 만들었던 술은 시었는데 겨울에 담근 술은 달고 묵직하다. 30년 단골 대구 한진기사식당의 식혜 맛이 생각난다. 그 해 여름에는 아무래도 발효가 빨리, 더 되었나 보다.
술 담그기에는 겨울이 좋은 계절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커피는 내가 만들어가는 느낌이고 술은 주변이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대학 때 교수님이 그랬다. 국가는 국민을 잠들게(!) 하는 것들에 엄청 규제를 한다고. 술을 만들어 팔겠다고 하니 절차가 꽤 많다. 세무서 직원 분이 행정사 한 명 끼지 않고 어떻게 했냐고 하셨다. 내가 술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데 시간만 아끼면 뭐 하겠는가. 했었다. 이제 하나 남았으니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
시경詩經에 맨손으로는 호랑이를 못 잡고不敢暴虎 걸어서는 황하를 건너지 못 한다不敢馮河. 고 했다. 일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장비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먹는장사 몇 년 해보니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재료로 깨끗하게 만들면 맛있게 나오고 그걸 유지하면 잘 된다. 장사라는 건 시작하면 잘 되는 게 당연한 거니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샘플 보내고 남은 술 먹고 쓰는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