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근대의 기원을 찾아서
“기원으로 전체 모습을 재단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이 책은 내가 평소 좋아하던 조승연 작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다. 이 분이 학생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화적 특징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한국인의 기질, 예를 들어 빨리빨리 문화, 철저한 서열제, 체벌 등 이러한 경향이 어디서 왔는가를 탐구하는 책이다. 이러한 문화는 조선 시대의 문화도 아닐뿐더러 서구의 문화라고 하기에도 고개가 저어진다. 작가는 이 기원을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찾고 있다. 개발 독재 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민족적 기질이 만주국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며 실제로 만주국 출신의 인사들이 국가의 재건을 담당했다.
이 책은 한국인의 기질적 특성의 기원을 만주국으로 설정하고 그 근거를 마치 연구 논문처럼 기술하기 때문에 초반부에는 조금 지겹게 느끼기도 했으며 배경 지식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려 해서 장광설처럼 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히 정치적으로 빠지기 쉬운 주제임에도 학술적으로 현상을 분석하려는 객관적 태도는 긍정적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