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공무원 공직탈출(엑소더스) 가속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서 주목하는 사회현상이 하나 있다. 공직에 입직한 지 5년이 안 되는 저연차 MZ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는 현상이다. 공무원 수십 명이 공직을 떠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정년퇴직, 의원면직, 징계면직 등 법률이 규정하는 사유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직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언론도 지속적으로 보도할 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을 사안이다. 다만, 공직에 입직한 지 5년이 채 안 되는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을 조기 퇴직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현상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2023년 6월 현재 공직을 떠나는 MZ세대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현상은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이집트)의 박해를 피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구약성경 속 출애굽 상황과 유사하다. 일부 언론인은 현재 MZ공무원 공직탈출 현상을 공직엑소더스(Exodus)로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MZ세대 공무원들의 공직사회 이탈은 정말 우려할 만큼 심각한 수준일까?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재직 5년 미만 조기퇴직 공직자 수는 5,181명이었다. 그러나 5년이 채 안된 2021년 저연차 MZ세대 공무원의 조기퇴직자 수는 1만 693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아마도, 2023년 6월 통계로 재산정하면 공직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신의 직장"으로 세인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노량진 골목길 컵밥 먹어가면서. 고시촌에서 어렵게 공부해 치열한 경쟁률 뚫고 바늘구멍같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MZ 공무원들은 왜 공직사회를 이토록 빠르게 떠나는 것일까? 문득,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공무원의 공직탈출 현상을 논하기 이전에 현재의 상황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일까?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국가를 유지하는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그러면, 위 3가지 요소만 구비되면 국가는 운영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그러나 위 3가지 요소는 하드웨어(HW)이다. 국가시스템, 요약해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운영하려면 국가시스템을 운영하는 인적자원인 공무원이 필요하다. AI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획기적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이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국가전략 수립, 안보, 외교, 사회복지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행정기능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행정환경의 변화를 주도해야 할 MZ 세대 공무원의 공직사회 탈출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기업은 인력수급 문제를 혁신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으로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국가는 기업의 생산성과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공익, 형평, 민주, 자유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그것이다. 세계화, 지방화 등 급속하게 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기존의 공직자, 기존의 행정시스템만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변화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대한민국이 Global Initiative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MZ세대 공무원의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MZ 공무원의 공직탈출 현상을 국가차원에서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MZ세대 공무원들은 왜. 공직을 떠나는 것일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80년대생 MZ공무원 4명과 근무하는 기성 공무원인 필자로서는 상당히 공감 가는 주제이다. 먼저 MZ 공무원의 조기 퇴직현상을 진단하는 사회적 시각이 천차만별이다. 저임금(박봉), 고강도 업무(야근), 워라밸, 폐쇄적(갑질) 조직문화, 민원폭력, 연금고갈, 승진적체 등 부처별, 계층별로 문제를 진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25년 차 현직공무원인 필자가 보기에도 위 요소 모두 공직사회 탈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정상세포는 살리고 암세포만 선택하여 집중치료해야 하듯이 정부 정책도 정확하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가용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부의 인사관리 정책은 문제의 진단단계부터 헛다리 짚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각설하면, 현재 MZ세대 공무원의 공직이탈 현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보수 수준이 가장 큰 문제점이고 폐쇄적 조직문화 등은 공직탈출의 촉매제에 불과하다. 개인에 따라 저임금 문제보다 조직문화에서 더 큰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25년 지자체 공직경험칙상 현재의 공직문화는 민간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선진화되고 있다. 기존 공직자들 의식도 MZ세대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상생함으로 조직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의 갑질문화 등 일탈이 공직사회 전체 조직문화인 것처럼 도매급으로 매도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공직사회 가장 큰 문제점은 물가상승 및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공무원 저임금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다.
혹자는 공무원이 돈을 너무 밝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일응 타당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주인이 머슴에게 일을 시키려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기본원칙이고 사회적 관행이다. 주인이 머슴에게 밥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도둑 잡고, 도랑 치라며 주인의 지위를 남용하여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은 성실한 주인의 태도가 아니다. 머슴도 주인의 마음을 읽고 적은 보수지만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 계약위반 시 상응하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직사회 현실은 어떠한가? 박봉을 피하고자 알바라도 하려면 겸직신고, 권익증진을 위해 광화문 집회라도 참가하면 단체행동 금지, 재테크 수단으로 주택 2채 이상 보유하면 승진제한, 퇴직 후 전문성을 살리고자 유관기관 재취업하려면 취업제한... 현직자나 퇴직자나 공무원이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는 공무원은 법적, 제도적으로 경제적 풍요로움을 향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1996년 경기도 의왕시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을 때 나는 돈을 벌고자 공직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돈을 벌고자 하면 기업에 취직을 하든지 사업을 했어야 했다. 그쪽에 재주가 없으므로 공직이 최선의 직업이었고 지금도 나의 결정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997년 6월 공무원이 되고서 주민자치센터에서 처음 받은 보수명세서에 찍힌 월급은 총액이 60만 원(기본급 33만 원)이 가까스로 넘었다. 당시 신혼 초였는데 아내는 내 월급명세서 보더니 쓴웃음만 지을 뿐 잔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적인 외환위기 상황으로 IMF 구제기금을 받아서 주변에는 실업자가 태반이었다. 실업자가 되지 않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공무원 외벌이로 25년 일하며 아들, 딸 대학교육 시키고 수도권에 내 이름으로 된 조그마한 아파트 한채 갖고 있음은 공직을 선택한 결정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지난 25년을 돌이켜 다시 공무원이 되겠냐? 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호하게 NO라고 답할 것이다. 지난 25년 외벌이 공무원으로 한 가정을 꾸리면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요즘은 맞벌이가 대세라지만 주변에 맞벌이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우리 집 경제상황과 오십보백보인 것은 공무원의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보인다. 그래도 내가 공무원 하던 지난 25년은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그럭저럭 살아왔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긍심으로 직장 생활했으며, 일은 힘들었지만 사회적 평판은 좋았으며, 열악한 보수는 공무원연금과 주택공급, 유학, 대학원 진학 등 교육기회 보장 등 각종 후생복지제도가 경제적 취약함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현재 MZ세대 공무원은 그 혜택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공직사회 최대 핸디캡인 임금부문의 취약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MZ 공무원의 공직 탈출을 가속화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무원의 보수구조는 호봉제로 장기근속할수록 많은 금액을 받는 임금체계이다. 필자의 경우를 보면 1997년 당시 첫 월급이 실수령액 기준 60만 원이었으나 25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당시와 비교하면 8배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30년 정도 근무하고 정년퇴직 무렵에는 중견기업 부장급 정도의 보수를 받고 연금도 수령하니 공직에 오래 근무할수록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만 알뿐 공무원이 급여에서 엄청난 금액을 원천징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기여금 명목으로 매년 급여에서 70만 원 이상을 공제하며 국가에서 상응하는 금액을 보전하고 그 총액을 퇴직 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즉, 공무원연금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국민들은 공무원이 연금을 많이 내는 것은 모르고 많이 받는 프레임만 문제를 삼고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이다. 1997년 박근혜정부 시절 연금법이 개정되어 퇴직 공무원들이 기존 연금을 다 받는 경우는 적어지며 심지어 퇴직 후 65세까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공백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정부에서 정년연장 등을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이유이다. MZ 공무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들이 20년-30년 후 현재의 공무원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무원의 미래를 보장하는 재정적 인센티브 수단인 연금제도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MZ 공무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연금은 머나먼 이야기다. 당장 그들의 지갑에 돈이 없다. 공무원 1호봉 초임자의 보수가 160만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보도는 공무원 보수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공직에 입직하는 MZ세대 공무원은 1980년생, 1990년생이 상당수이다. 1970년-1980년대 경제성장의 시기에 물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학교생활을 하며 성장한 세대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하며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세대이다. 폐쇄적 조직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다
밥 먹고, 대중교통 출퇴근 하고, 커피 마시며, 방세 내고, 워라밸 추구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에는 2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편의점에서 매일 삼각김밥과 커피로 점심을 때우는 공무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저히 살기 어렵다며 상복을 입고 보수를 인상해 달라며 공무원이 데모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멘붕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조직의 노조위원장이 사무실을 순회하며 공무원 보수인상 요구 피켓을 들고 광화문집회에 동참하자고 설득한다. 공무원의 권익을 위해서는 당연히 동참해야겠지만 단체행동이라는 현실의 벽에 마음으로 밖에 응원을 해주지 못하는 점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공무원이 배고픈 나라! 꿈과 열정으로 조직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MZ세대 공무원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상복을 입고 월급 37만 원을 정액으로 올려 달라고 국가를 향해 절규하며 울부짖는 대한민국 젊은 공무원들을 보는 현실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공무원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속으로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