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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n 15. 2023

지금 퇴직해도 될까요?

요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고민이 하나 있다. 운전하며 출근할 때도,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할 때도, 하루 일을 마치고 잠자리 들 때도 계속 머릿속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귀찮게 하는 주제는 바로 '퇴직'이다. 직장생활 25년 차, 지금까지 퇴직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가 힘들었을 때, 업무가 보람되지 않을 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솔직히 사직서를 작성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품 안에 간직할 뿐 용기 내어 제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60세 정년까지 아직 5년이나 남았는데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의 열병처럼 퇴직에 대한 열망은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 퇴직해도 되는 것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해서 공무원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지금 퇴직했을 때 퇴직 후 수령할 수 있는 연금을 확인해 본다. 월 220만 원이다. 퇴직수당 등 기타 일시금까지 포함해도 넉넉하다고 보기 어려운 금액이다. 일시금 퇴직수당으로 주택 대출금, 아들, 딸 자녀학자금 등 빛잔치 벌이고, 노후 개인 용돈 챙기면 남는 것이 없다. 결국 매월 220만 원으로 부부가 퇴직하고 노후 최소 20년을 생활해야 한다. 운 좋게 승진해서 정년을 채운다 한들 연금은 최대 270만 원 정도이다.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낼 밑천도 마련해야 하고 눈앞이 깜깜해진다. 더욱이 연금법 개정으로 연금은 63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60세에 정년퇴직하면 연금이 나오는 63세까지는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할 신세이다. 퇴직은 곧 절망이다. 순간 오랫동안 고민하던 퇴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최대한 버티자.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거다" 주문을 외우며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퇴직을 하고 싶어도 퇴직을 할 수 없는 사회구조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답답한 현실은 뛰어나가고 싶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나가서 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없고... 머리가 심히 아프다.


공직생활 25년 돌이켜보니 크게 힘든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직업에서 보람을 찾기도 어렵다. 내가 30세에 천직으로 선택한 공직은 이러한 길이 아니었는데... 25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점점 버티기 힘들어진다. 내가, 아니, 공무원이 열심히 한다고 나라가 변화되는 것도 아니다. 국정운영은 소수의 핵심권력층과 정치인들이 좌지우지한다. 공무원들은 그저 법에 있는 대로, 규정대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영혼 없이 그냥 열심히 일하면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더욱이 내가 공직생활 시작하던 1990년대 후반, 2000년 초반에는 공직이 힘이 있고 권력이 있었다. 사회적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공무원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감은 강해지고, 공직문화는 좋게 말하면 자유로워졌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위계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행정의 능률성보다는 창의성, 적극성이 중시되는 적극행정으로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공직사회 주류가 된 MZ세대 공무원들과 상생하고 협력하는 방안도 기성공무원이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이다.


최근 자주 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공무원을 퇴직한 사람들이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콘텐츠이다. 공직 퇴직 후 사회에서 큰돈을 모으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고, 공직 조기퇴직 후 초근목피하는 사람들 사례도 볼 수 있다. 두 부류의 차이점은 퇴직을 얼마만큼 준비했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퇴직을 준비하고 퇴직 후의 삶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삶은 만족도가 높고, 즉흥적으로 퇴직을 결정한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작정 퇴직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구나?


지난 시간 현실을 부정하며 불평불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정년까지 5년의 시간이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100세 인생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퇴직 후의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Bravo my life . Dreams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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