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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n 30. 2023

승진! 그까이 거. 뭣이 중헌디?

워라밸(Work&Balance), 욜로(Yolo)가 좋아

바야흐로 공직사회 인사 시즌이다. 어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공식 개각이 이루어졌다. 통일부장관, 국민권익위원장, 차관급 인사가 단행되었다. 올림픽 역도영웅 장미란의 문화체육부 2차관 임명이 눈에 띈다. 대통령실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강조한 인사라고 설명한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봉사자가 되길 바란다. 


지방자치단체도 6월 30일 상반기 정년퇴직과 부단체장, 실국장 인사 등을 시작으로 하반기 정기인사가 시작되었다. 어제 소속기관인 2023.7.1자 인사발령이 발표되었다. 30년 이상 국가와 지역, 가족을 위해 뜨거운 청춘을 불사른 공직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정년퇴직자 명단, 부단체장, 실국장 승진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한때 한솥밥을 먹고 동고동락하던 선배님들 퇴직소식을 들으니 가슴 한편이 짠해온다. 


10년 전만 해도 공직사회는 정년퇴직 행사를 기관 차원에서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공직을 떠나는 선배들에게 후배들은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가득 담아서 전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조직 내에서 정년퇴직 행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인사발령문 한 장으로 공직생활 마무리를 대외적으로 선포하고 소속기관에서 준비한 공로패와 약소한 부상품이 공직을 떠나는 퇴직자에게 주어지는 전부이다.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행히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실국장 회의 자리를 빌려 정년퇴직행사를 약식이나마 진행하는 것은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이사관, 부이사관, 서기관, 사무관.. 떠나는 직급은 다르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를 단단하게 지켜준 숨은 영웅들이다. 5년 후 2028년 6월 나에게도 다가올 모습이다. 인생 절반을 공직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보낸 베테랑들에게 공직후배는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바치고 있다.    


떠나는 자리는 누가 채우기 마련이다. 따나고, 채우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직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신체가 영양분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아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신진대사 원리와 다르지 않다. 떠난 자리는 승진자들로 채워졌다. 승진자들의 면면을 보니 주변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이제야! 잘 되었구먼! 벌써? 짧은 감탄사에서 승진자들에 대한 축하와 승진하지 못한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다. 승진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승진하려는 사람은 많으니 무한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없으니 경쟁은 치열하고 초과수요 발생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제원리와 유사하다. 따라서 원활한 조직운영을 위해서 승진에 대한 객관적 원칙과 공정한 기준은 필수불가결하다. 


공직사회는 근무성적평정이라는 제도로 개인을 평가한다. 근무성적평정 요소에는 근무실적과, 태도, 교육, 기여도, 다면평가.. 다양한 평가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쉽게 이야기하면 공직사회 승진을 평가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은 '연공서열'이다. 즉,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 나간다(First in, First out)는 원칙이다. 구태의연하지만 전통적 공직사회인 관료제를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이 만큼 좋은 원칙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취임으로 성과를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확산되면서 공직사회 승진기준도 연공서열보다는 성과주의, 발탁 인사 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공직 근속연수가 오래되어 벌써 부시장, 부군수, 실장, 국장 의자에 앉아야 할 공직자들은 성과주의, 발탁인사 혜택을 본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해 보아도 들어줄 사람 아무도 없다. 먼 산에 메아리가 되어 투덜대는 자신에게 돌아올 뿐 말하는 사람 속만 쓰릴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함정이 하나 있다. 공직사회 성과주의 문화는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지만 성과주의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수용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즉, 성과주의가 조직구성원이 합의한 승진원칙이라면 조직 내 승진자 성과를 조직구성원 모두 공유하여야 하고 공감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근무성적 평가자와 인사부서 담당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외에는 승진자의 객관적 성과를 알 수가 없다. 주변 하마평, 복도통신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공직사회 인사평가의 제도적 한계점이다.


어느덧 사무관 7년 차. 2017년 5월 전북 완주 지방행정연수원을 수료한 사무관 동기들은 퇴직하신 분이 많다, 능력이 출중하여 시군 국장(4급)으로 승진하신 분도 계시고 여전히 5급 사무관(팀장, 과장)으로 재직 중인 분이 많다. 2028년 정년까지 5년 남았다. 빠른 승진을 위해 2001년 의왕시청에서 경기도청으로 전입했고 나름 열심히 일했다. 2015년 '국가사회발전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니 표창에 대한 욕심은 없다. 9급으로 입직하여 20년 안에 사무관으로 승진하였으니 승진이 늦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4급 승진은 내가 계획한 프로세스보다 늦어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니 내 처지랑 비슷한 사람이 천지 삐까리다. 5년 내 승진하리라는 확신도 보장도 없다. 그러나 초조하지는 않다. 한때는 승진을 위해 불속을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행동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삶을 즐기며, 가치 있게 살아가려 한다. 워라밸(Work&Balance), 욜로(Yolo)의 가치를 적극 실현하려 한다.


승진 그까이 거! 뭐? 뭣이 중헌디?  승진이 내 인생의 절대목표는 아니니까..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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