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여 야심 차게 브런치에 글을 쓴 지 3개월이 지났다. 목록에 총 28건의 글이 보인다. 시사, 가족, 일상.. 글의 소재는 하루 중 머릿속을 강렬히 스치는 생각들이다. 직장에서 틈틈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쓰기도 하고, 뉴스를 보다 답답한 마음에 넋두리를 풀어놓고 싶을 때 키워드를 순간 캐치해서 휴대폰에서 초안을 잡고, 집에서 글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약간의 자료수집이 필요한 장문의 글은 주말을 이용해 동네 스터디카페 등 조용한 공간에서 작가로 빙의하여 순간 몰입하며 글을 쓰기도 한다. 전무후무한 67,000건 조회수 '베트남 3박 4일 여행기'는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쓴 글이다. 아직도 조회수가 믿어지지 않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독자들도 작가의 정성을 글에서 느끼고 반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브런치작가 등단 이후 2개월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나 7월 말 인사발령에 따라 부서 적응기간이라 글을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기에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에 현혹되어 브런치에 쓴 글을 페이스북이나 밴드, 카톡 등 SNS를 활용해 지인들에게 공유하였다. 입소문으로 브런치작가라는 Name Value가 생기면서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강화되었고, 2일에 1건 정도 시간을 내어 글을 쓸 수 있었다. 독자들 반응은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지만 내가 쓴 글이 기록으로 남는 사실이 신기했다. 종종 글을 쓰면서 답답함이 희열로 바뀌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허공을 맴도는 허언과는 차별화된 마음속 진심을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글을 쓴 지 얼마가지 않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브런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일기가 아니다. 불특정다수가 볼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물론 발행을 하지 않고 서랍에 저장하여 보관할 수는 있지만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그게 아니다. 나의 생각과 경험, 지식, 철학을 다수의 사람과 공유하고 타인의 인생과 경험을 브런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배우며 체험하는 것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이다.
작가 프로필에서 보듯이 정치, 경제, 사회현상 등 시사에 관심이 많다. 물론 가족, 여행, 일상생활, 가족 등 다방면의 주제에 관심이 많지만 중년남성에게는 시사가 매력적인 글의 소재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TV뉴스를 보는 것이 공포로 느껴진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침체, 불안한 치안, 불합리한 외교관계 등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볼때면 숨이 막힐 때가 많다.
예전 같으면 친구들 만나 선술집에서 복잡한 세상살이 안주삼아 술 한잔하고 넘어가던 일들이 이제 50세 중반 넘어가니 체력적, 경제적 부담으로 술자리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대신, 술자리를 브런치가 자연스럽게 메꾸기 시작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계획 철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독립영웅 흉상 이전논란 등 최근 대한민국 핫이슈들은 브런치를 자주 찾게 만드는 호객꾼 들이다. 사회현상과 정책적 문제점, 대책 등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모니터를 보고 가감 없이 타이핑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그밖에도 티격태격 싸우는 정치인들, 저출생고령화, 청년실업, 안보상황, 복지사각지대 등 오지랖 넓은 주제로 브런치를 가득 메우는 일이 많아졌다. 작성한 글은 SNS에 공유한다.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상당수 팔로워들은 내가 쓴 글의 내용에 공감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10명 중 1명 정도 내가 작성한 글에 대해 이념적 편향성 등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판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특히, 내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비판의 수위가 높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글을 쓴다. 단언컨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확신한다. 감사부서에서 오래 근무했고 정치적 중립 위반행위 감찰업무 경험이 있어 특히 시사 관련 글을 쓸 때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의 주장을 Simple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수위조절이 최대 관건이다
그럼에도 내가 작성한 글에 특히 SNS를 통해 비판 댓글이 올라올 때면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많다. 나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은 이념적 논리로 반박한다. 내가 전혀 하지 않은 이야기를 부풀려 확대하고 예단하며 에둘러 비판한다. 혹여 나를 비판하는 글에 내가 재반박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정치적 성향의 비판 댓글이 올라오면 어렵게 작성한 글을 통째 삭제하는 일이 다반사다. 어렵게 키운 자식 산채로 내다 버리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작성한 글의 30% 이상은 밤을 새워 힘겹게 썼지만 발행 않고 삭제하였다. 신분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은 나만의 소극적이고 비겁한 대응방식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국민에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공무원이라는 직업적 특성으로 공무원의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 등 일부권리는 제한되지만 개인의 사상과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서 '단지 그대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옛 속담이 있다.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시댁과 갈등이 없기 위해서는 며느리는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 명작동화에 나올법한 이야기가 2023년 현실에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현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속담대로 해도 직장생활 26년, 시집살이 3번은 더했으니 이제 하고 싶은 말 해도 되는 것일까? 씁쓸한 마음 감출 수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회가 못내 아쉬울 뿐이다
내 몸을 에워싸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 훌훌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브런치작가로서 활동은 2028년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소프트하고 가벼운 터치로 브런치 구독자들를 만나야 할 것 같다.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