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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04. 2023

인터뷰(Interview)는 어려워

효과적인 인터뷰 스피치 기술의 필요성

25년 공직생활 하다 보니 언론사 등과 인터뷰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무관 시절은 팀장님, 과장님이 다 하시고 실무자는 자료만 작성해서 챙겨드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팀장(사무관)이 되고부터 종종 주요 업무와 행사 관련 인터뷰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대중에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성격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겨하기에 인터뷰는 그다지 스트레스받을 일이 아닙니다. 학교와 직장, 교회에서 강연과 발표경험도 많고 행사 사회도 자주 보며, 지인들과 편한 자리에서는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리드하기도 하니까요.


며칠 전 주무관으로부터 담당업무인 '환경성질환예방관리사업' 관련하여 소속기관 홍보실에서 현장취재 지원과 부서장 인터뷰를 요청한다고 보고받았습니다. 인터뷰 요청내용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환경성질환예방관리정책을 소개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과장님에게 내용을 보고하니 현안업무 일정으로 수원에서 가평까지 이동하기 어려우므로 팀장이 인터뷰를 해달라고 부탁하십니다.


즉시, 업무보고서 등 관련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관련자료를 열람하고 가공하여 인터뷰용으로 간략히 재구성합니다. 사업배경, 사업내용, 향후계획 등 전형적인 공무원 포맷으로 작성했는데도 2장이 넘어갑니다. 2장을 인터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마른행주 짜내듯이 1장으로 압축하여 요약했습니다. 어렵게 작성한 인터뷰자료는 참고하라고 홍보실로 패스했습니다. 홍보실에서는 취재지원에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각종자료와 인터뷰 자료 검토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혹시 몰라 인터뷰 자료를 핸드폰으로 찍어 네이버 메모장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 후 자리에서 핸드폰을 열어봅니다. 여전히 내용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대학교 구술시험 같으면 달달 외워서 답안지에 정성껏 옮겨 적겠지만 20초-30초 되는 짧은 인터뷰 영상에 불필요하게 많은 내용을 담는 것은 부적절하고 중언부언 전달력도 ZERO라고 생각됩니다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아침 8시 수원 회사 주차장에서 직원을 만나 오늘의 목적지 가평군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로 향합니다. 어제 원고내용 수정하느라 밤을 설쳤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했더니 졸음이 쏟아집니다. 주변의 풍광을 볼 여유도 없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운전한 주무관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입니다. 2시간을 달리고 달려 가평군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센터에 도착하니 울창하고 빽빽한 잣나무 숲에서 뿜어내는 잣향기와 피톤치드, 맑은 물소리, 청아한 새소리가 천국처럼 느껴집니다. 회색빌딩과 소음, 다양한 인간의 군상으로 가득한 도시의 어수선함과는 사뭇 차원이 다른 그림 같은 명장면입니다.

먼저 도착한 홍보실 관계자와 사무실에서 오늘 취재내용과 인터뷰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합니다.

드디어 오전 11시 인터뷰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기자가 내 상의에 마이크를 채우고 질문을 합니다.


"경기도 환경성질환에 방관리사업의 추진배경과 향후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어제 핸드폰에 저장된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달하려고 애씁니다. 당연히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게 되고 버벅거리기 시작합니다. 발음도 형편없습니다. 기자가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다시 한번 가실게요.


기자의 심리상태를 이미 파악한지라 더욱 불안해집니다. 먼저 말한 것보다 더 말이 안 나옵니다. 도저히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터뷰를 중단하고 잠시 정리 후 인터뷰를 재개하겠다고 제안합니다. 홍보실도 오케이 해서 사무실로 올라가서 기존 원고내용을 수정합니다.


'핵심내용만 간결하게 20초 안으로 끝내자!.


원칙을 세우고 원고를 정리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A4용지에 펜으로 끄적이기 시작했고 동행한 주무관에게 워딩을 부탁했습니다. 큰 글씨로 출력해 달라고 했습니다. 내용도 간결하고 메시지 달도 충분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기자에게 준비되었다고 인터뷰하자고 요청합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주무관이 출력한 종이를 기자가 들고 나를 보며 편하게 말씀하라고 배려를 해줍니다. 기자가 세 번째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기자의 눈을, 아니 원고가 적힌 종이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읽습니다. 부자연스럽습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하자고 합니다.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READY? GO!


(기자) "경기도 환경성질환예방관리사업의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팀장) "경기도는 전국에서 아토피, 알레르기 등 환경성질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환경성질환의 선제적이고 적극적 예방관리를 위해 지역거점형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체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경성질환자의 발생비율을 최소화하겠습니다."


기자의 안도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좋아요. 팀장님. 4번 만에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근서나, 글은 수정할 수가 있지만 말은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엎지러진 물을 주워 담을수 없듯이 한번 입밖으로 나간 말은 수정할수 없습니다. 전영록이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라고 노래 부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것 이상으로 틈틈이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훈련을 병행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몸은 피곤하지만 말하기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을 배운 유익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인터뷰한 내용 결과물 나오면 브런치에 다시 올리겠습니다.ㅎ


경기도청 방송국(GTV) 환경성질환예방관리사업 취재 영상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zQ5cQWCME70&t=3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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