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16일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나랑 상관없는 다른 부분은 패스. 9급 공무원(서기보)이 3급 공무원(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위한 최소근무기간을 총 16년에서 11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심봉사 눈이 활짝 열리는 순간이 이런 상황일까? 띠용!
현재 대한민국의 일반공무원 직급체계는 총 9계급이다. 참고로 3급이라는 직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행정부 조직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3급은 중앙부처(행안부) 과장, 경기도,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 (자치행정) 국장, 수원시 등 기초지자체는 부시장, 부군수 등 부단체장급이다. 홍길동, 임꺽정같이 신출귀몰한 능력과 조 0, 최 00 등 권력과 경제력을 겸비한 실세부모의 든든한 조력 없이는 평범한 일반공무원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아무나 쉽게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고위직이다. 국가공무원은 1급(관리관)에서 3급(부이사관)을 고위공무원으로 분류하여 체계적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임용령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직 최말단 9급 서기보로 입직해서 11년 이상 근무하면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으로 인사행정에서 획기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물론 공무원임용령이 개정 시행되더라도 근무기간 11년을 충족하였다고 대상자 모두가 승진하는 것은 아니다. 승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승진하기 위한 자격요건(최저승진소요년수)을 법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즉, 승진하기 위한 최소한 근무년수를 줄임으로 승진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위 규정이 공직사회에서 실효성 있게 작용하려면 9급에서 직급별로 매 2년마다 승진해야 3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9급에서 쉬지 않고 2년마다 꼬박꼬박 승진하면 3급까지 승진한다는 논리이다. 과연 현실성 있는 법령일까? 1997년 9급으로 입직해 26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5급 사무관으로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니 내 신세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공무원임용령이 일찍 개정되었다면 지금쯤 1급 승진의 꿈도 가능했을 텐데ㅠ. 조금 늦게 태어났더라면.. 오호! 통재라!
MZ세대의 공직이탈현상 가속화 및 공직 매력도 저하 등 공직사회 인적자원의 외부탈출 동요를 막기 위한 중앙정부의 속 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임금체계, 정년보장 등 현직공무원들이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핵심적 요인은 간과한 채 조삼모사 형태의 임시적 처방으로 과연 공직사회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기진단과 과감한 수술이 필요한 암환자에게 종합감기약을 처방하는 의사의 어리석음을 중앙부처 인사담당자는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직사회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변화시키고 국민에게 무한봉사하고 민간부문과 경쟁하는 매력 있는 조직으로 설계하려면 눈에 보이는 근시안적 당근정책이 아니라 현재 공직사회가 당면한 현실적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과감하게 처방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