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잔소리에는 무조건 반대로만 하고 싶어집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 두두의 마음 편지.

by 아는 정신과 의사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과 공부로 마찰이 많았는데요 특히 아버지와 마찰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도 본인 사정이 있겠지만 공부하라고 심하게 갈구고 때리기도 했는데 저도 고집이 있어서 잘하진 않았습니다.


지금 취업 때문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도 먹었고 독립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오전에 잠깐 쉬다 일어나서 공부하려는 순간에 아버지께서 '이제 슬슬 들어가서 공부해야 하지 않겠냐?' 한마디에 '오늘 피곤하니까 공부 안 해.' 라고 답하고 그날 하루 그냥 놀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아버지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피곤한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피해 보는 건 전데요..


아빠 좋으라고 공부하는 거 아닌 것도 알고 칭찬을 하든 비판을 하든 상관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우리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앞서 실제로 내가 원하고 또 내 삶을 위하는 행동인 공부를 하지 못하셨던 사연자분의 경험처럼 말이지요. 살다 보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택하려는 방식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여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대개 마음을 다그치거나, 그 원인을 분석하거나, 자책을 하곤 합니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이겨내야 해! 라거나, 나는 아버지가 시키는 것이 있으면 왜 반대로만 할까,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많아서 일까 라 고민을 하거나, 나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난 틀려먹은 사람이야 라며 슬퍼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택하는 방식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위로나 깨달음, 혹은 삶은 위한 더 나은 무언가를 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그러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그칠수록 마음은 더 울고, 아파하고, 힘들어할 뿐이지요.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에 앞서,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내가 원치 않는 마음이 들 때 우리는 그것이 문제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은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마음은 단지 예전에 아팠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하고, 행복 하고 싶어 합니다. 단지 마음이 떠올리는 방법이 지금 여기, 나 자신의 상황에 잘 맞지 않는 것이지요.


사연자분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명확히 파악하거나, 완벽하게 분석을 해내진 않아도 됩니다. 단지 과거의 어떠한 경험들을 이유로 마음은, '아버지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면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예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고 지금 행복 하는 방법이다.' 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현상 자체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 마음속에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 자체, ‘내 마음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마음을 분석해서 '문제를 해결' 하거나, 다그쳐서 개선해야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도 다시 힘들지 않고 행복 하고 싶을 뿐인데, 그 방법 중 하나로 위와 같은 생각을 굳게 믿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마음이 떠올린 그러한 방법이 ‘실제로 내 삶에 도움을 주는 지’를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실제로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줄 행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택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격한 감정이 떠오르면 저절로 그에 따라 행동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행동 사이에는 평소에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틈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감정은 종종 ‘지금 이렇게 해야만 해’ 라고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럴수록 마음과 실제 내 행동 사이에 잠깐의 시간을 주어 보세요. 그러한 마음과 거리를 조금만 두고, 내 마음에 아버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 까지도 이해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택하는 것이 ‘나, 내 삶’ 에 좋을 지를 떠올리는 연습을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이든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든, 내 마음이 늘 나 자신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말과 반대로 하도록 강요하는 어떠한 이유가 있겠지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좋은 지 나쁜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는 그러한 현상이 있다는 그 자체를 이해하고 알아차리되, ‘그 마음까지 고려하여’ 지금 여기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해 가장 좋은 지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틀리거나 잘못된 마음은 없습니다. 잘못되지 않은 마음을 잘못되었다 다그칠 때, 틀리지 않은 마음을 고쳐야 한다 몰아세울 때, 마음은 더욱 자신이 옳다는 대로만 하려고 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부터 벗어나려 합니다. 그러나, 실은 마음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 행복하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다만 과거를 통해 형성된 내 마음이 원하는 방법이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 앞으로의 내 행복을 위해서는 ‘효과적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때로 마음이 내가 지금 여기에서 원하는 대로 나를 이끌진 않더라도 그러한 이유가 나를 괴롭히려 하거나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라는 것, 마음도 내가 원하는 바를 똑같이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또 안아주시되, 그러한 마음까지도 보듬으며 ‘실제로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향하는 행동을 떠올리고 이를 이어가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이 그러한 마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할 답변은 아닐 지라도, 그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보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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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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