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학생입니다. 살면서 제대로 연애를 해 본적은 없었고 짧은 인연들조차 상처만을 남겼어요. 딱 한 번 누군가를 오랜 기간 동안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 친구는 결국 아픈 말로 저와의 인연을 끝내고 돌아서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이렇듯 저는 행복한 연애의 기억이 없고, 되려 큰 상처의 기억들만 있어요. 꽤 오랜 삶 동안 행복한 기억이 없는데.. 과연 앞으로 사랑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내가 아무리 원해도 늘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 특히 사랑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요. 그래도.. 너무 오랜 시간 너무 힘들고 그 시간들을 혼자 견뎌내야 했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너무 외로웠어요.
열심히 공부도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과연 앞으로 사랑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올지 잘 모르겠어요.. 연애에 관해서는 죽을 만큼 힘들었던 기억들 밖에 없었기에.. 나 혼자만 좋아하고 만 기억들 밖에 없었기에.. 앞으로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행복해질 그 순간이 앞으로도 안 올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면 또 죽고 싶을 만큼 상처받을까봐 무서워요
저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두두의 마음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앞으로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연자분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또 떠올리는 부분일 것입니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로 말미암아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그 사람과 인연이 잘 닿아서 행복해지기를,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때는 한 번에 합격할 수 있기를, 결혼할 때는 결혼 전 때 보다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삶이 나의 바람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를 같은 맘으로 좋아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고, 한 번에 시험에 합격한 선배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며, 결혼 생활이란 예기치 않은 트러블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삶, 내가 바라는 바가 생각 그대로 실현되는 삶은 없고, 우리의 일상에는 늘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삶의 어느 시점에서 아픔과 슬픔이 과하여 마음이 많이 힘든 상태라면 인생에 대한 생각들, 그 생각들을 이루는 전제들이 다소 슬픈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들의 심리를 연구해 보면 스스로에 대해 무능력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대인관계를 비롯한 주변 환경들이 자신에게 가혹하게 느껴지며, 자신의 미래가 암울하게 생각이 되는 경향성 (우울증의 인지 삼제, cognitive triad) 이 관찰이 됩니다.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나 실재의 생각들 때문이라기보다, 우울한 마음에 기반한 현실과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경향성이 우울한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생겨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연자분에게, 생각을 통하여 '이렇게 살면 무조건 행복해지고 괜찮아 질 것이라는 답을 구하려 하는 시도‘ 는 내려놓으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생각의 원리로 인해 그러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잘 되지 않고,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신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때로는 미래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하루를 ‘그냥’ 이어나가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답 인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답을 내릴 수 없는 생각에 빠져드는 대신, 다만 오늘 하늘의 색,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아끼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따뜻함, 기억에 남는 영화 한 편, 지하철에서 듣는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같은 작은 소중함을 오늘 하루,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내일의 제 마음이 어떨 지, 제 삶이 어떻게 이어질 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저는 사연자분의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좋은 날도, 좋은 사랑도 올 거에요, 라고 공허하고 기약 없는 위로를 전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그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연자 분 역시 사연자분이 '앞으로 어떻게 행복할 지' 를 지금의 시점에서는 전혀 예측하거나 머릿속, 마음속에 그릴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만을 한 번 더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답을 내릴 수 없는 '나는 미래에 행복할까? 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하고 사랑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은 조금 내려두고, 지금의 소중하고 따뜻한 시간, 혹은 미래의 소중함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워간다면 어느 새 내가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행복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지론을 첨언하자면, 사랑이나 행복은 찾는 것이라기보다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미는 것들은 충분히 젖어들기 전에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답이 없는 답을 생각으로 구하듯 사랑과 행복을 찾아 해매는 대신, 그저 내가 보내고픈 오늘 하루의 일상을 보내다 불현듯 젖어있는, 그런 행복과 사랑이 사연자 분께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