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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정신과 의사 Nov 25. 2021

관계는 그 자체로 위로

낯선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것.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과 진료를 받아서 누군가가 위로를 받고 힘이 난다면 무엇이 어떤 작용을 했기 때문일까.

  약을 먹어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좋아지고 불안 신경계가 안정되어 그럴 수도 있겠고, 면담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새로운 관점을 취득함으로써 마음이 좋아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부분들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관계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오랫동안 단골인 카페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어쩐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

  그 관계는 물론 커피를 사고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커피를 팔아 이문을 남기는 사람과 돈을 지불하고 커피 한 잔과 그 향을 즐기는 시간을 구매하는 관계. 이렇듯 자본주의 사회의 관계는 대개 돈을 매개로 시작된다. 업무나 사업과 같은 공적 관계 뿐 아니라 친구관계, 심지어는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와의 관계 까지도 금전적인 부분으로 치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커피값은 늘 같지만, 관계는 점차 깊어진다. 익숙해질 수록 사람은 반갑다. 무미건조하던 눈에 웃음기가 생기고, 반가운 마음이 인다. 간혹 나누던 담소는 점점 사적으로 변해간다. 낯선 이와 서로 개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조심스러운 즐거움이다.

  그런 마음을 나눈 사이는 '이왕이면' 서로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늘 그의 행복을 기도한다는 거창한 의미는 아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옆집 그 아저씨, 커피집 그 사장님이 불행한 일을 겪길 바라지 않고, 이왕이면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이득이 있어서가 아니라도, 나는 이왕이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과 조금 더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하기를 바란다. 별 의미나 중요도는 없더라도 질감이 부드러운 대화가 오고갈 때의 위로가 있다. 서로가, 이왕이면 서로가 행복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그 느낌이 참 좋다.

  그런 마음이 오고가며 우리는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라며 안심을 하기도 하고, 너도 그렇게 살아가는 구나 라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너와 나는 같이 삶이라는 산을 오르는 중이구나, 단어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근원적인 위안이다.




  아마 정신과 의사에게 느끼는 위로의 근원 역시 그러한 마음이 아닐까. '어쨌든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늘었구나.' '어쨌든 할 말, 하지 못 할 말의 구분 없이 편히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생겼구나.' 라는 느낌.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다, 그런 장소가 한 군데 정도는 있다 라는 그 느낌이 주는 위안이 크지 않을까.

  그래서 면담을 할 때 마다 늘 바란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이 잘 전해지기를.





 진료 시작 전 자투리 시간에 지나간 사진들을 정리하다 빼빼로 데이때 찍어 놓은 쪽지를 다시 읽으니 어쩐지 그런 마음이 잘 전해진 것 같아 기뻤다. 평범한 하루를 밝혀준 작은 정성이 퍽 고맙다.

  그 힘으로 오늘 뵙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더 따뜻한 한마디 들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소소하고 평범하며 작은 마음들은 이렇게 돌고 또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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