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느낌을 피하기 보다,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기. 두두의 마음 편지
저는 학교가 집이랑 꽤 멀어서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기숙사를 쓰는 게 경제적이어서 그냥 4학년까지 기숙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늦게 개강을 하게 돼서 오늘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너무 울적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숙사는 2인 1실로 그동안 좋은 룸메이트들도 있었지만 정말 같이 살기 힘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단체 생활도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변화하는 것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요. 군대도 정말 가기 싫었지만 나름 잘 다녀왔다고 생각하고 사회성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얘기할 사람과 여자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집을 떠나 있는 게 왜 이 정도 까기 싫고, 꽤 큰 두려움을 느낄 정도인지, 외롭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사람은 부모님도 떨어져 계시고 여자친구도 있으니까 천국 아니냐고 그러는데 왜 천국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제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외국 같으면 부모에게 독립해서 살 나이인데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싫은 건 이런 상황을 제가 잘 못 받아들이고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에게 외롭고 힘들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데 속은 좀 시원해지는 것 같아도 결국 상황이 변하는 것도, 제가 바라는 위로를 받는 것도 아닌 것 같아 괜히 말했다고 하는 찝찔함만 남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것들을 바라는 게 애정 결핍 같고 유약해 보여서 너무 싫습니다.
사실 이 고민을 남긴 것도 제가 애정 결핍이나 유약한 성격으로 느껴져서 남긴 건데요, 공부해서 관심을 돌리든 운동을 정말 힘들게 하던지, 혼자만의 해소법을 만들어서 이겨내야 하는 게 맞는 걸 까요?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격과 취향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홀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누군가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향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로부터 '~해야 한다' 는 압력을 받습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 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성인이 되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으나, 그러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결은 다릅니다.
지금 사연자분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집과 가족이 그리운 마음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가야 하고 더 이상 집은 그리워하면 안 될 것 같은데도 자꾸만 집이 그리워지는 스스로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인지를 한 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적어주신 사연자분의 일상을 돌아보면 어울리시는 친구 분도 있고, 연애도 하시고, 학업을 이어가시는 등 본인의 미래를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순간순간 내 마음에 드리우는 기분이나 생각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내가 어떠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 인지도 모릅니다.
경험하시는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라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의 불안감, 불편감의 실체가 실제로 내 마음이 잘못되어서라기보다는 ‘나의 어딘가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 미숙한 것 같다, 비정상적인 것 같다.’ 라는 이질감 때문은 아닌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었다면 부모나 가족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것은 좋지 않다 라는 것은 사회의 통념이자 사연자분의 바람입니다. 나의 성향은 그러한 통념에 잘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연자분께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셔도 되고, 실제로 그렇게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단지 나의 자연스러운 마음, 기본적인 성향이 이에 반한다고 해서 좌절하시거나,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구태여 미루어 짐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마음은 한 사람의 성향과 삶이 반영일 뿐이고, 우리와 우리의 삶은 각각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에 옳은 마음과 틀린 마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비록 나의 성향은 그렇지 않지만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다면 그러한 과정에서 깃드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나는 가족과 홀로 떨어져 있는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독립된 한 사람으로서의 성인의 삶이니까 이를 위한 길로 나아가다 보면 자연히 때로 외롭거나 불안한 마음이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의 불편한 마음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시고 수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살아오신 삶에서 가족과 떨어졌을 때에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마음이 형성된 깊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불편함에 대한 이유를 이해하거나 이러한 불편함을 내 마음속에서 없애려 드는 것보다도, 지금 내 마음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사연자분은 사연자분이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고 계시는 중이며 경험하시는 불안은 삶이, 혹은 사연자분이 틀리거나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그러한 불편함이 느껴지실 때 '이러한 불안은 내 나이에는 맞지 않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없애버릴 수 있을 까' 라는 생각 보다는 '내 마음에는 이러한 특성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삶,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까' 라는 관점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채워 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느끼시는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지나쳐 내게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느껴지실 정도라면, 내가 원하는 하루를 이어나가기 위해 불편함을 줄인다는 관점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면담을 청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사연자분의 오늘 하루가 스스로가 떠올리시는 문제를 없애기 위한 하루 보다는, 스스로가 떠올리시는 삶으로 다가가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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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