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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같은 브랜딩, 음식과 같은 브랜드

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by Director John Mar 01. 2022

브랜드를 기획하다 문득 그 과정이 요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브랜딩은 요리와 같았고, 음식은 마치 브랜드와 같다.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잘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시간을 보낸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난 피로를 풀기 위해 일을 마치고 먹으러 다닌다. 매장에 방문해 셰프들을 관찰하고 주방과 홀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스터디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평생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무게는 줄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셰프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어떤 요리를 할 때 마치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에너지를 쏟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작품'...이라는 단어... 조금은 너무 무거울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셰프들은 전부 그렇게 요리를 했다. 

나는 그들이 요리하는 것을 보며 '참... 브랜딩과 비슷하구나...'를 느낀 적이 있다.

머릿속에 콘셉트를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위해 최상의 재료들을 구하고, 또 수 차례 테스트를 하며 레시피를 잡아 나간다. 결국 완성된 레시피로 만들어진 요리를 메뉴판에 올리고 사람들의 사랑과 평가를 받는다. 나는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먹으며 브랜딩 잘 된 하나의 브랜드 같다 느꼈다. 

일단 이 글을 시작하며 브랜딩에 관한 선입견부터 바꾸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자신과 거리가 멀다 생각한다. 브랜딩은 거창한 게 아니다. 

‘스타벅스’ ‘블루보틀’처럼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가 전부 규모가 작지 않다 보니... 브랜딩을 한다고 하면 기업적이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작은 내 점포에는 사치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고 지극히 개인적인 매장에서도 브랜딩은 분명히 필요하다. 브랜딩은 규모를 떠나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어떠한 액션이 더해지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즉, 규모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브랜드에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브랜드 감을 익히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창업을 시작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브랜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이유라면... 시장이 그만큼 많이 발전했으니까? 

개인적인 경험이라 절대적일 순 없지만 내가 처음 '브랜딩'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졌을 때가.... 2011년도 정도였을 것이다.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창업을 하는 사람들 중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창업자는 전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상담한 창업자들 중에선...) 그만큼 시장에서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지만 그 경우가 그냥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메이커들을 지칭하는 말로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16년도 정도 됐을까? 다수의 창업자들이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매장, 사업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브랜딩인 필수이자 기본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은 자신에게 사치라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브랜딩에 대한 이 인식부터 바꾸고 싶다. 브랜딩은 경우에 따라서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3분 만에 요리를 할 수도 있어야 하고 3개월, 3년을 고민해서 요리를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전략이다. 우리는 그때그때 그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워 브랜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과연 브랜딩이 잘 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물론이다.

최근 시장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우어 베이커리, 어니언, 하우스 도산, 카페 진정성, 노티드 등 전부 브랜딩이 기가 막히게 잘 된 브랜드라 볼 수 있고, 이 브랜드들 모두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브랜딩이 잘 이루어지면 매출 성장에서 끝나지 않고, 가치 성장이라는 평가까지 받게 된다. 이 점은(가치성장)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요리와 같이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


잘 만든 요리는 재료가 좋다. 최소한의 재료만 사용해서 요리하는 건 문제없다. 하지만, 최악의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재료가 전부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재료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서 요리 스펙트럼이 달라진다. 브랜딩에서도 재료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랜딩 재료에는 여러 가지 포함될 수 있다. 

이를테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게 될 수 있는데 자신의 역량, 인프라, 상권, 점포 위치, 공간의 조건, 아이템, 아이템의 성격, 아이템의 특장점, 타깃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재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브랜딩 전에는 이 모든 사실정보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누구를 위한 요리 인지도 중요하다.

파인 다이닝을 예약할 때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 ‘혹시, 알레르기에 민감한 음식이 있는지…’ 셰프들은 항상 요리를 준비할 때 그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음식은 항상 누가 먹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그 상대가 누군지에 관한 건 중요한 정보다. 브랜딩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브랜드는 누구를 위해 브랜딩 되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 타깃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파악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일 수 있다. 

 

비주얼만 신경 쓴 요리는 쓸모가 없다.

요리는 일단 맛있어야 한다. 기본 아닐까? 그런데 간혹 맛보다 비주얼만 신경 쓴 요리들이 있다. 비주얼만 신경 쓴 요리들로는 처음 소비자들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겉만 번지르하다는 것을 알고 등을 돌리게 된다. 여전히 시장에는 비주얼에만 집중된 창업이 많은데 앞으로 우리는 균형을 잘 이루면서 준비해야 한다.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

그런데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비주얼만 신경 쓴 브랜딩이 많다.

로고를 시작으로 그 브랜드가 사용하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일화시키는 작업만이 과연 브랜딩일까?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은 브랜딩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비주얼은 나중에 좀 더 발전시키더라도 브랜딩 할 땐 그 본질을 먼저 탄탄하게 만들어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본질이라고 하면... 브랜드의 정체성과 매력, 가치 등을 말한다. 


브랜딩은 디자이너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브랜딩을 할 땐 디자이너만 하게 둬서는 안 된다. 물론 일은 디자이너가 할 지라도 그 브랜드 오너도 적극적으로 브랜딩에 참여해야 한다. 실제 브랜드 DNA는 디자이너보다 오너가 더 많이 알고 있을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그래도 가장 많은 시간 고민을 해왔고, 상상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주얼로 소비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서 디자이너에게 힙한 브랜드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만히 시장을 들여다보면 엄청 유명했지만 짧은 시간만 반짝했던 브랜드보다 하나도 유명하진 않고, 힙하지도 않았지만 10년 넘게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카페가 더 많다. 굳이 유명해지고 힙해져야 할까? 


언젠가부터 장사라는 점포 최소 단위에서 충실해야 되는 기본 원리를 너무 안 챙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오픈한 카페를 어떻게든 힙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별의별 노력을 다하게 되는데... 왜 그 시간에 가장 기본적인 장사의 원리를 알려고 하진 않는 걸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장사의 신이라는 책에서 성공하는 점포를 위해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매번 강조를 한다. 하지만, 처음 창업하는 많은 창업자들이 여전히 창업 치트키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현실에서는 창업 치트키가 없다. 기본에 가장 먼저 충실하는 게... 가장 효력 있는 치트키다. 잘 훈련된 셰프가 시장에서 매장을 오픈했을 때 경험 없는 창업자가 오픈한 매장보다 수명이 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기본을 알고 모르고 차이 일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드는 셰프처럼 우리는 자신의 매장을 소비자를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끼 적당히 때우려 하기보단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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