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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미슐랭 파인다이닝_무오키(MUOKI)

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by Director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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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

쉽게 말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뜻이다.

유명한 셰프가 있고, 자신의 이름을 건 대표 메뉴들을 코스로 즐기게 되는데, 디너의 경우 적당한 와인과 함께 3-4인이 즐기면 1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도 흔히 비싼 동네라 소문난 곳들이다.

서울에서는 호텔 / 한남동 / 청담동 / 도산공원 등 힙하거나 명품거리 주변 같은 곳들을 말한다.


대학시절 나는 세계적인 셰프인 '고든 램지'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전부 보며 파인 다이닝이 주는 매력에 대해서 알게 됐다. 나는 이 일을 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먹는데 투자한다. 파인 다이닝에서부터 동네 작은 분식집까지 맛있는 곳 매력적인 곳 멋진 곳은 항상 빠지지 않고 가보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셰프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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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로 유명했던 오너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방문해가며 분위기를 한참 즐기고 있을 때였다. 연락을 준 셰프의 이름은 '박.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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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이상과 현실을 알려주는 선배 셰프의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오는 책을 쓴 셰프였다. 나도 한참을 창업의 이상과 현실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의 부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쓴 박무현 셰프로부터 연락이 온 이유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자신만의 파인 다이닝 공간을 드디어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파인 다이닝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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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관련 다양한 공간을 맡아봤지만 파인 다이닝은 처음이었다.

파인 다이닝 프로젝트가 간절했는데, 의뢰가 들어오니 뛸 듯이 기뻤다. 어느 공간의 첫 고객은 항상 감사할 뿐이다.


사실, 이 직업은 경험이 곧 재산이다.

아무리 유능한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특정 공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면 사실 그 프로젝트를 맡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불가능 한건 아니지만, 그 공간에 대한 스터디 시간이 길게 주어지지 않는 이상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프로젝트 관례상... 디자이너에겐 급박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경험이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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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을 프로젝트로 맡는 건 처음이었지만, 워낙 고객으로서 여러 파인 다이닝을 다녀본 경험 덕분에 셰프님이 말하는 파인 다이닝 고객들의 니즈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고급스럽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고, 화려하지만 결코 또 부담스럽지 않은...

이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풍부하지만 절제가 되어 있는 그 균형의 상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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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은 기본적으로 1인 기준 비용이 높기 때문에 그에 맞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한다. 그게 핵심 포인트다. 간혹 파인 다이닝 공간을 잘 못 설계하면... 레스토랑이 아니라 카페(?) 스럽거나 Bar 스러워질 수가 있다. 이런 점은 조심해야 하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분위기의 어색함을 쉽게 눈치채진 못해도 본능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인 다이닝 공간은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예산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많은 오너들은 '예산절감'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파인 다이닝에서 만큼은 기본 예산이 높기 때문에 절감보다는 '최적의 투자'에 목표를 갖는 게 좋다. 그래야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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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 예산 프로젝트로 갈수록 클라이언트와의 대화가 필수다.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일정은 촉박한 경우가 많다. 이 촉박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다.

대화를 통해 빨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에 근접하게 다가가야 한다.


클라이언트들은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예산 투자'에 대한 태도다. 대부분 고 예산으로 갈수록 자신에게 의미 있는 쓰임을 원한다. 특히, 오너 셰프는 그 업의 특성상 더더욱 그렇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파인 다이닝 오너 셰프는 자신의 공간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을 기획하려고 한다. 교향악단의 지휘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간판의 모습, 출입구의 형태, 매장의 첫인상, 테이블, 의자, 접시, 그리고 티슈 한 장까지... 모든 게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시간 순서로 엮어진다.

나는 이를 '고객 여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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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디자인할 땐 '고객 여정'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공간을 디자인할 때 사용하는 프로세스 툴이기도 하다. 난 매 프로젝트마다 소비자가 경험하는 '고객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하면서 공간을 상상하고, 상상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 나간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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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디자이너가 간섭해야 하는 여정 요소들이다.

80% 이상 프로젝트에서는 이 정도 여정을 다 간섭하기 힘들다. 워낙, 일정이 촉박하고 급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 미만의 프로젝트는 간섭하게 된다. 식음료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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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 키의 박무현 셰프는 오픈 주방을 선호했다.

주방의 현실과 이상을 고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셰프들의 라이브 한 모습을.

사실 오픈 주방은 디자이너로써 어렵다.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덩달아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비주얼을 위해 설비라인에도 비용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연기나 냄새 때문에 고객들의 식사시간이 방해되지 않도록 덕트나, 조명 설비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만큼 비용도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박무현 셰프와 많은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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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파인 다이닝 프로젝트지만 내게는 큰 의미가 있는 파인 다이닝 공간의 시작이었다.

이 프로젝트 이후로 하이엔드급 레스토랑 공간을 맡게 됐다. 지금은 경험이 쌓여 좀 더 프로세스가 탄탄해졌다.


만약.

파인 다이닝 공간을 계획하고 있는 오너 또는 오너 셰프라면 '고객 여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디테일하게 고객 여정을 기획하느냐에 따라서 공간의 완성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 미슐랭 파인 다이닝 '무오키'

▶️ 60평형

▶️ 설계기간 3주 / 시공기간 5주

▶️ 공간기획 / 설계 / 시공 / 가구 / 조명 등 토탈 인테리어

카▶️패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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