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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로르카 시 선집

by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저는 연극자이자 시인인 로르카라는 작가가 사실 많이 낯설기도 하고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로르카는 <집시 이야기 민요집>으로 스페인 내에서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받으면서 국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날씨가 쌀쌀해지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데 로르카와 살바도르 달리의 사랑을 다룬 영화 <리틀 애쉬>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로르카를 그렇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로르카는 집시의 피가 섞인 아버지와 유대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페인의 이단적 특성과 집시의 피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았습니다. 로르카는 시와 희곡으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에도 재능을 보여 당대 새로운 세계의 지식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1933년 <피의 결혼식>을 공연하면서 그의 명성은 최고에 이르렀으나 스페인 내란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총살당한 비운의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3번째 챕터를 보면 집시 노래집이 나옵니다. 사실 로르카 하면 집시에 많은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는데 집시가 언제부터 스페인에 살기 시작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15세기 초가 되면 아라곤의 왕에게서 3개월짜리 통행증을 받았다는 기록이 나오고, 15세기 중엽엔 안달루시아나 하엔에서 귀족들이 집시를 대접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순례자의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환대를 받았지만 곧 무슬림이나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탄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종교가 아니라 방랑이었습니다. 집시에게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했다는 우화가 말해주듯 집시에게 종교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당시 지배층들은 정착을 해야 쉽게 그들을 장악하여 생산물이든 노동력이든 빼낼 수 있었는데 집시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해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정착 아니면 추방이었습니다. 방랑하다 걸리면 갤리선 노예로 보내져야 했고 지정된 곳이나마 정착이 허용되었던 것은 추방된 무슬림과 유대인의 공백을 메울 하층 노동력이 필요해서였습니다. 대표적인 집시 세비야, 그라나다와 같은 안달루시아 남부 지역이었고 20세기 초까지 이어집니다. 이 천대받는 하층민의 음악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악이 되기까지는 알아주는 귀인을 만나야 했는데 그가 바로 로르카였습니다. 그의 시집 제목만 보면 <집시 노래집>, <칸테 혼도의 시> 등 집시와 관련된 노래들을 시집으로 출간하였습니다. 플라멩고를 관통하는 정서로 많이 쓰이는 두엔데(duende)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도 로르카이며 보통 비극적 감성의 극대화,  신들림, 예술적 카타르시스 등으로 설명되기까지 합니다.          



세 강의 발라드     


오렌지와 올리브 숲 사이로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

눈에서 흘러내려 밀밭으로 가는 

그라나다의 두 강.

아, 사랑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과달키비르 강은

석류의 수염을 가졌네

그라나다의 두 강은

하나는 눈물 또 하나는 피라네.

아, 사랑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돛단배들을 위해

세비야는 뱃길을 열어주고

그라나다의 강에는

노를 젓는 한숨뿐.

아, 사랑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과달키비르, 높은 탑과

오렌지 숲에 부는 바람

다로와 헤닐은

호수에 죽은 작은 탑이라는데

아, 사랑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누군가는 말하겠지

강은 절규의 불을 실어 나른다고!

아, 사랑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안달루시아는

올리브꽃 레몬꽃을 바다로 나르네

아, 사랑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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