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분'명

by 무무

냉장고 안에는 삶은 계란이 있었다. 몇 개를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떠난 사람 몫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말없이 껍질을 깼다. 노른자는 그 자리에 있었다. 사라진 건 사람이지 습관이나 온기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아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


책상 위에서 편지를 쓰다 말고 봉투를 바라본다. 봉투 위의 주소는 몇 번이나 고쳐 썼고, 지운 자리는 종이보다 얇아졌다. 이름은 분명했지만 도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봉투를 다시 서랍에 넣어두었다. 닫힌 공간은 언제나 말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꺼내지 않은 문장들이 밤마다 안에서 자리를 바꾸는 소리가 났다.


그녀에게 받은 사랑을 떠올렸다. 그건 써도 써도 줄지 않는 종류였고, 아직 갚지 않은 빚을 지고 있었다. 부치지 못한 것은 편지만이 아니었다. 말해지지 않은 마음, 끝내 확인되지 않은 얼굴, 그리고 도착하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밖에서는 음악이 멀어졌다. 누군가 떠난 뒤에도 리듬만 남아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는 선택을 했다. 깨지지 않는 꿈이 있다면 끝났다는 말을 배우지 못한 채, 아침을 계속 준비하는 일이다. 아직 꿈은 남아 있고 수취인만 잃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건 약속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녀는 결국 내게 오지 못했고, 그 설명을 굳이 듣지 않았다. 설명은 언제나 도착하지 못한 말들을 더 늘릴 뿐이었으니까.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제안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순간에는 가장 덜 아픈 결론이었다.


편지를 책상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건네기 위해서라기보다 쓰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봉투는 준비되어 있었고 주소 또한 적혀있었다. 그저 이름만 적으면 되었다. 하지만 봉투를 닫을 이유가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오지 않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편지는 건네지지 않을 것이다. 말해지지 않은 마음은 그 채로 각자의 하루 속에 섞였다. 우리는 여전히 안부를 묻고, 그 이상은 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받을 사람이 없어도, 꿈은 봉투처럼 열리지 않은 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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