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책상 위의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빛은 천장까지 오르지 못하고 바닥 언저리에서 멈췄다. 그 아래, 사람이 있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고, 몸은 잠에서 막 빠져나온 상태였다. 깨어 있다고 부르기에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고, 다시 눕기에는 이미 몸이 굳혀 있었다.
손바닥을 펼쳐 조명 아래에 두었다. 주름이 또렷했고, 그 사이로 흘러가야 할 시간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시계 초침은 쉬지 않고 움직였지만, 이 방에서만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 화면은 어두웠다. 비어 있음이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태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벽지는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못을 뽑아낸 자리, 한 번 붙였다가 떼어낸 흔적,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남은 얼룩들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다. 질문하지 않아도 이 방이 지나온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양말 한 짝이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 언제 벗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 자리에는, 손을 내려놓아도 사라지지 않는 기척들만이 남아 있었다.
깨어난 뒤 다시 잠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눈을 감으면 장면들이 겹쳐 나타났다. 실제로 본 것인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풍경들이 이어졌다. 가본 적 없는 골목, 부르지 않은 이름, 발을 디딘 적 없는 계단이 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중에는 하루가 통째로 비어 있는 장면도 있었다. 시작과 끝이 사라진 채, 중간만 남은 시간, 그 속에서 박자를 놓쳤다. 이미 지나간 뒤에야 도착한 것처럼, 한 걸음 늦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장면들이 떠오를 때마다 베개가 축축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고, 얼굴 근육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이 먼저 감당을 포기했을 뿐이었다. 손등으로 물기를 훔쳤고 고개를 들었다. 꿈의 잔상이 방 안에 남아 있을 때, 불안은 다른 모습으로 번졌다. 무엇을 선택했는지 보다, 그 선택 뒤에 펼쳐진 광경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틀렸다는 생각보다는, 그렇게까지 단정할 수 있었던 자신이 어디서 생겨났는지를 되짚는 시간이 이어졌다. 확신은 몸을 보호하는 껍질이었고, 동시에 그 안에 머무르기 위한 형태였다.
벽에 등을 붙인 채로 앉아 있었다.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허리를 세우고, 숨을 나누어 쉬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선택도 이미 여러 번 해본 방식이었다. 스스로를 붙잡는 손과 스스로를 놓는 손이 같은 방향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불을 끄지 않은 채 누웠다. 방은 그 상태를 받아들였다. 조명은 끝까지 밝아지지 않았고, 사람 역시 자신을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밤은 접히듯 정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