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몇 번이나 그를 지나쳤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밝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어두운 밤이 달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했다. 1년 전에 보낸 문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삭제하지 않은 이유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겨두는 쪽이 그저 그에게는 쉬웠을 뿐이었다. 아직 끝났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달을 좋아했다. 좋아했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았다. 달이 뜬 밤이면 꼭 한 번은 고개를 들었고, 어렸을 때 올려다본 달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었다. 그때의 달은 커서, 별들 사이에서 혼자 주인공처럼 빛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이 외로움을 설명하는 거라는 걸, 그녀가 그의 곁에 없어서야 알게 되었다.
버스정류장 지붕 아래에서 달을 올려다보니 달은 다르게 보였다. 저 넓은 하늘에 떠서, 빛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도와줄 수도, 내려올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 매달린 채 절규하는 것 같았다. 그녀를 떠나보낸 건 그의 결정이었다. 떠난 뒤에야 붙잡는 방법을 떠올리는 쪽을 택했다. 그녀에게 미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약속처럼 들렸겠지만, 그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 가능성은 편리했다. 지키지 않아도 되니까. 결국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는 그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지만 달을 보는 순간, 그는 혼자였다. 달을 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와 같은 편에 서 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집에 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의 추억이 서려있는 이 근처에 앉아 있었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고, 후회는 물 위로 올라왔다. 소리를 내지 않아 더 선명했다. 문자를 다시 읽었다. 보내지지 않은 말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보낼 수도 있었고, 지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오늘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달은 여전히 밝았다. 그녀가 좋아했을 그 방식으로 그 빛 아래에서, 아직 끝났다는 말을 배우지 못한 채 그는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