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지나칠 정도로 환한 대낮이었다. 햇빛이 바닥에 고르게 퍼져 있었고, 그늘은 얇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길을 건너다가 멈췄고, 신호는 바뀌어 있었다. 급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맞은편에 서 있었다. 그 거리는 말하기에 적당했고, 침묵을 유지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있지도,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햇빛이 이마를 스쳤고 주변을 충분히 밝히고 있었다.
우리는 짧은 문장들을 주고받았다. 문장이랄 것도 없는 말들이었다. 잘 지냈냐는 말, 아직 이 근처냐는 말, 그런 종류의 말들, 서로의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도록 조심했고, 그 덕분에 말들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 깔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이별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쪽이 더 정확하다. 다음 약속이 있다고 그녀는 지나가버렸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건넨 말은 평범했다. 특별히 기억하려 들지 않으면 잊어버릴 정도의 말이었다. 대신 말이 지나간 자리의 온도를 기억하려 애썼다. 가까웠는지, 멀었는지, 그 정도의 차이만을 남긴 자리의 온도를 온몸으로 새겼다.
그녀가 돌아섰을 때, 그림자가 먼저 움직였다. 몸보다 그림자가 앞서갔다. 그 장면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끝까지 보면, 나중에 다시 불러와야 할 장면이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렸고,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모두는 무언가를 향해 떠나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절망을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손에 닿는 상태로 두기로 했다. 불편하다는 감각은 살아 있다는 뜻이었으니, 그것을 밀어내지 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남긴 것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들고 있을 수 있었다. 문장 하나, 손짓 하나, 고개를 기울이던 사소한 행동 같은 것들이 주머니에 넣어두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그는 그것들을 이따금씩 꺼내 보았다. 꺼낼 때마다 모양이 달라져 있었지만, 원래 그랬다는 듯 다시 접어두었다.
가끔 깊은 곳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발이 닿지 않는 느낌,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상태, 그럴 때마다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닿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살아가기로 했다. 희망을 붙잡는 쪽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쪽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있기로 했다. 그날 이후로도 낮은 계속 밝았고, 사람들은 계속 걸었으며, 신호는 제때 바뀌었다. 그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