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채도

by 무무

봄이 시작되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시기였다. 나는 만연해진 빛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눌러썼다. 보도블록 사이에서 연한 노랑이 눈에 걸렸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자리에 민들레가 자라고 있었다. 곧 시들지 알 수 없었다. 봄은 색으로 다가왔다. 연두, 노랑, 옅은 분홍, 그 색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시작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불균형을 보았다. 밝은 색들이 쉽게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서 오히려 불안했다.

한동안 노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끝내 알지 못했다. 결과를 요구받는 일들 속에서 과정은 설명이 부족했다. 열심히 했다는 말은 증명이 필요했고, 그러지 못한 시간들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밀려났다.


민들레는 그런 걸 모를 것이다. 잘 피었는지, 의미가 있는지, 누가 봐주는지,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한 발짝 옆으로 비켜섰다. 밟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굳이 다가갈 필요가 없었다. 봄날의 하늘은 가을 같았다. 파란색은 깨끗했지만, 그 안에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색이 선명할수록 나는 흐릿해졌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계속하려 애썼다. 멈추면 안 된다는 의무감이 내 등을 떠밀었다. 지금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 자체가 애매해졌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잘하고는 싶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변명이 되었다.


다시 길을 걸었다. 민들레는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을지 곧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이미 봄 공기 속에 흩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었다. 그 온도를 정확히 기억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 이 시간들을 굳이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지 않았다. 봄은 계속되고 여전히 걷는다. 멈추지도 그렇다고 도착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걸음으로, 색과 생각이 어긋난 채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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