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는 법

by 무무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확인한다. 어떤 날은 세제가 덜 헹궈진 셔츠처럼 비누 향이 방을 가득 채웠고, 어떤 날은 닫아둔 서랍에서 만들어내는 종이 냄새가 짙게 깔렸다. 귀는 다음에 깨어났다. 알람 소리가 멎은 뒤에도 한동안 침대 옆에 앉아 있으면, 집 안의 소리들이 차례로 제 자리를 찾았다. 냉장고가 숨을 고르고, 배관을 타고 내려간 물소리가 아래층에서 되돌아왔다. 그 사이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현관문을 닫을 때는 언제나 과한 소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무 패킹이 오래되어 문이 닫히기 전에 떨렸고, 손잡이를 잡은 손까지 전해졌다. 골목은 비어 있었지만, 조용하지는 않았다. 먼지가 바람에 쓸려 이동할 때 나는 소리, 건물 벽을 타고 내려온 물기가 마르며 남기는 흔적, 어디선가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그 소리는 실제보다 가까이에서 울렸다.


걷는 동안 발밑에서는 마른 자갈이 서로 부딪히고 아스팔트에 남은 틈을 밟을 때 둔한 울림들이 겹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하게 했다. 사람들 옆을 지나칠 때면 섬유유연제, 담배, 땀의 공기가 여운을 남겼다. 눈을 마주치는 대신, 그 냄새가 지나가는 시간을 셌다. 카페에 들어가면 바닥을 살폈다. 의자가 끌린 자국, 흘린 음료가 말라붙은 자리,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에스프레소 머신이 내는 소리들이 섞였고, 나는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겨우 앉으면 책이나 핸드폰을 꺼내지 않았다.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지만, 잡을 만한 것은 없었다. 커피 냄새가 식어가며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평소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익숙한 길에서는 소리가 예상보다 먼저 튀어나왔고 낯선 길에서는 소리가 더디게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면 옷을 벗어두는 위치를 매번 바꿨다. 같은 자리에 두면 냄새가 고였다. 밖의 소리가 잦아들면 집 안의 소리들이 커졌다. 벽 너머에서 들리는 진동, 창틀이 온도 차이로 내는 소리, 세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기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방 안의 공기를 한 번 더 들이마셨다. 아침과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지 않고, 숨을 내쉴 때 공기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에만 집중했다. 소리와 냄새가 스스로 자리를 찾도록 그대로 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방해하지 않는 일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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