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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Mar 30. 2018

그들은 왜 스타벅스가 싫었을까?

이유나 알고 싫어하자

"커피는 관계적 상품입니다. 촉각과 관계가 있고 느낌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고객들은 커피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게 정말 의미 있는 부분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꾸준히 아주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말이죠"
-Antheny, Starbucks Sr.coffee quality development manager-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국내의 많은 커피 관련 종사자들은 애써 서로의 입에서 오르내리기를 꺼려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두려움이 너무 강력해서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이름, 커피 업계의 절대 왕좌,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는 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종사자들에게 그토록 꺼리는 대상이 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선 커피의 세 번째 물결(3rd wave Coffee)에  대해 이해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커피업계에서는 커피 산업계 전반의 변화를 기준으로 첫 번째 물결과 커피의 두 번째 물결, 그리고 세 번째 물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커피의 물결은 "인스턴트 커피의 물결"입니다.

강하게 로스팅되어서 커피 고유의 산미와 향보다는 단맛과 쓴맛이 조화로우면서 어느 가정에서나 손쉽게 커피를 마실수 있는 점에 중점을 두었던 시대입니다. 미국에서는 1860년에 설립되어서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주름잡았던 folgers coffee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folgers coffee의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수 있다는 1960년대 광고 영상 입니다.

1960년대 folgers coffee의 광고 입니다.

커피의 두 번째 물결은 "에스프레소 중심의 커피 물결"입니다.

피츠 커피(Peet’s,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커피 브랜드, 체인)에서 시작해 확산된 것으로, 피츠 커피의 뒤를 이어 스타벅스 역시 커피의 두 번째 물결의 선두주자였습니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쳤기 때문에 두 번째 물결을 프랜차이즈의 물결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음료 측면에서는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즉석에서 에스프레소  추출을 하며 이에 기반한 베리에이션  메뉴들이(Espresso based variation menu) 중심이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의 메뉴들이지요. 프랜차이즈화 되다 보니 어느 점포에서도 균일한 맛을 내는 게 중요해지고 획일화된 레시피를 가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산업화된 커피를 제조하게 됩니다. 또한 커피의 산지를 나라별로 구분하여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때 이기도 합니다. 아직 농장까지 구분하거나 수확 후 가공 방식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적어도 산지가 어디인지 중요하게 소비자에게 인식되어가는 때이기도 합니다.  커피의 두 번째 물결의 특징은 대량생산/대량 유통/일관된 품질관리로 정리됩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가 가지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강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때이지요.


커피의 세 번째 물결은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고 커피를 상품이 아닌 식재료로 간주하는 물결"입니다.

이는 커피 생산 농장까지 알 수 있는 산지의 투명성과 , 커피 생두의 수확 및 가공 과정의 다양성, 높은 품질의 신선한 로스팅과 숙련된 기술을 가진 바리스타의 추출에 이르는 전반적인 커피 생산과 유통, 소비의 품질을 높여 소비자에게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을 전달하는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텔리젠시아, 스텀프 타운, 블루보틀 등이 그 선두주자였지요.


한국으로 눈을 돌려 봅시다.

한국에서 커피의 제 1 물결은 맥심입니다. 누구나 가정에서 즐겨 마셨던 냉동건조 인스턴트커피 맥심의 시대를 커피의 제 1 물결의 시대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 1 물결의 대표 주자인 맥심 커피는 이화여대 점을 시작으로 무섭게 시장을 점유해 가는 스타벅스와 같은 제2 물결의 대표주자들에게 시장 잠식을 많이 당하게 됩니다. 한국에서의 제2 물결의 시작은 스타벅스의 이화여대 점 오픈(1999년)을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커피빈코리아(2001년), 이디야(2001년), 파스쿠찌(2001년), 탐앤탐스(2004년), 할리스(2005), 엔제리너스(2006), 카페베네(2008)등 많은 에스프레소 중심 프랜차이즈 카페가 성업하게 되었으며 모두 커피 제2 물결의 흐름이었습니다.


중요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획일적인 맛과 향으로 대량생산과 대량 유통을 시도하는 제2의 커피 물결과 다르게 제3의 커피 물결을 한국에서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여러 경로로 커피 공부를 하셨거나, 자가 로스터리 샵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어찌 보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제3의 커피 물결 운동을 오래전부터 해오던 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분들은 커피 교육기관 혹은 도제식 커피 교육을 통해 커피 전문가와 커피 강사들을 배출하였고 제2의 커피 물결에 대항하기 위해 제2의 커피 물결의 대표주자 격인 스타벅스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커피 입문 교육 과정에서 귀가 따갑도록 듣는  스타벅스 커피는(제2 커피 물결의 프랜차이즈 커피들은) '로스팅한 지 한 달도 넘은 오래된 커피여서 맛이 없다'. '스타벅스 커피는 너무 쓰다'. '스타벅스 커피는 향이 없다'로 시작되는 스타벅스는  N이다 식의 부정 프레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팅한 지 한 달이 넘지 않은 커피 전문점의 커피가 좋고 핸드드립을 통해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끄집어내는 로스터리 카페나 핸드드립 커피가 좋다는 말 역시 뒤따라 오던 단골 이야기였지요.

한국 스페셜티 업계에서 그 무렵 맛으로 최고로 쳐주는 미국의 커피는 스타벅스가 아닌 이제 막 오픈하여 점포를 늘려가던 '인텔리젠시아', '스텀프 타운' 등의 제3의 커피 물결을 수행하던 커피 전문점들이었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커피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 다는 건 커피 맛을 아직도 모른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스타벅스를 더욱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종사자들이 '스타벅스 커피 맛이 괜찮더라', '이태리 원두인 illy도 Lavazza도 원두의 유통기간이 1년이 넘는다'는 이야기는 커피의 맛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의 발언으로 치부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평가를 받던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고급 점포  형태로 위에서 언급한 제3의 커피 물결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한 새로운 성격의 점포들을 2016년부터 여러 곳에 오픈하기 시작 합니다. 그 규모도 규모지만 취급하는 원두와 사상이 제3의 커피 물결을 선도하는 어느 업체보다 우수합니다. 많은 한국의 스페셜티 종사자들을 패닉에 빠트렸던 스타벅스 리저브의 소개 영상을 아래에 준비했습니다.


많은 스페셜티 로스터리 종사자들을 패닉에 빠트렸던 이유는 라이트 로스팅, 프로밧 로스터기, 브루윙, 산지의 투명성, 사이폰 커피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있던 제3의 커피 물결을 스타벅스는 너무 근사하게 그리고 자본의 힘으로 거대하고 빠르게 이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체가 스타벅스 리저브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언제든 할 수 있어, 여태까진 그냥 안 하고 있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아래는 스타벅스 로스팅 팀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로스터리샵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는 생두에 대해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전문가들보다 모르고 있을까요?

아래는 스타벅스 생두 전문가의 이야기입니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이 한국의 투썸 플레이스와 한국의 이디야, 한국의 카페베네는 제2의 물결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제3의 물결을 하고 있는 걸까요?

위에 언급한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큐 그레이더라고 불리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가 발행하는 커퍼 라이선스 보유자가 몇 명씩 됩니다.  또한 로스팅 전문가, 바리스타 대회 입상자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산지에 농장도 소유하고 있지요.

제1의 커피 물결을 주도했던 맥심(동서식품)이 정말 제3의 커피 물결을 주도할 기술이 없었던 걸까요?

그들은 정말 커피 맛을 모르는 걸까요?

아마 그건 아닐 것입니다. 그들 역시 스타벅스처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겠지요.

실제도 동서식품도 커퍼와 생두 전문가가 있고 심지어 연구소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진정한 롤모델이자 슈퍼스타로 칭송받았던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프 타운은 제2의 커피 물결의 대표주자라는 이유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의문의 멸시를 받던 피츠 커피에 자신들의 커피숍을 팔아 버렸습니다. 또한 블루보틀 역시 네슬레에 자신들의 커피숍을 팔아 버렸죠.

스페셜티 업계 공동의 적으로 타겟팅되었던 프랜차이즈들은 빠르게 제3의 커피 물결에 동참하여 놀라운 점포들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3의 물결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디 커피의 대표주자이자 제3의 커피 물결의 모범으로 칭송받던 업체들은 자신의 가게를 모두 대기업에 팔아버렸습니다.


원두는 로스팅도  중요하지만 보관도 중요합니다. 로스팅 후 1년 이상을 유통할 수 있는 포장 기술과 로스팅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일리, 라바짜 등은 실제로 그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실력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커핑을 해 왔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 맛있는 개인 카페의 아메리카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훌륭한 맛입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맛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보여주는 한국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가격 정책, 기업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가성비 및 가심비를 따지기엔 스타벅스보다 더 비싼 가격에 그보다 못한 커피를 파는 스페셜티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커피 전문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맛으로 스타벅스를 논하는 건 이제 그만둘 때입니다



여담으로 제가 각 프랜차이즈별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메뉴를 적어 봅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최고입니다.(Hot, Ice 모두 좋습니다)

파스쿠찌: 에스프레소가 최고입니다.

투썸플레이스: 샌드위치, 디저트류가 최고입니다.

카페베네: 허니버터 브레드가 최고입니다.

이디야: 대표님의 사업 마인드가 최고입니다.

할리스: 에스프레소가 두 번째로 좋습니다. 모든 게 다 두 번째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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