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에 가서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평균 이상의 삶을 살아온 부모는 자식 또한 그 이상의 삶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부모 세대는 자신들에게 통했던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지식을 쌓아 좋은 대학 가기’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여 자녀들을 무한경쟁의 세계로 집어넣는다. 평균 이상의 삶을 살지 못했던 부모라고 다를까. 자식은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 자녀들도 경쟁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부모가 생각하는 안정적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의 세계가 사실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깨닫기를 바라지만, 지식을 쌓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는 부모가 여전히 더 많다.
남편은 은행에 잠시 다녔던 적이 있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처음 배웠던 것은 ‘돈 세는 법’이었다고 한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돈을 세는 것은 은행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은행에 돈 세는 기계가 들어온 지는 오래되었다.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되어 사람들은 은행에 잘 가지도 않는다. 단순하거나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업무는 이미 고용시장에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어 하는 열망은 남다르다. 요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수능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고, 의대를 위해서라면 수능 10수생도 등장했다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챗GPT에게 ‘대한민국 의사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챗GPT는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직업으로서 의사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수월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임상을 통해 축적된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의료 AI는 환자의 병을 쉽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미 의사 대신 로봇이 수술하는 병원은 많으며, 원격진료를 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현직의사이거나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듣기 싫어할 만한 소리이지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일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챗GPT의 상용화는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양의 지식을 자료화해서 인간이 필요할 때마다 물어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업으로서 변호사, 회계사, 교사, 교수 등등... 부모들이 지금까지 선호해 왔던 직종은 이제 로봇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AI 교수가 채용될 것 같다. 온라인수업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우리는 코로나를 통과하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녀를 키우고 진로를 계획하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지를 인식하는 부모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자녀들을 위해, AI가 줄 수 없으나 부모는 줄 수 있는 유용한 것은 무엇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