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월급루팡이 산다

월급루팡으로부터 내 마음 지키기

by 케일린
"당신의 사무실에도 월급루팡이 있나요?"



차라리 안 보이면 속 편할 텐데

직장에 꼭 한 명씩 있다는 월급루팡.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월급루팡이 있다. 이제 갓 40 임에도 벌써 월급루팡으로 진화했다. 조기 은퇴가 대세라더니 이젠 월급루팡으로 진화하는 시기도 빨라진 걸까.


사무실에서 월급루팡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모니터 대신 휴대폰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에 몇 번씩 속이 뒤집히고,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내가 멍청한 걸까 등등 온갖 잡념들이 머리를 맴돌아서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은 적도 많았다.


갑자기 쏟아진 일에 허둥대는 내 모습이 뻔히 보일 텐데도, 유유자적하며 어떤 차를 살지 각종 리뷰를 훑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요샛말로 정말 킹받는다. 월급루팡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해

내가 인사담당자나 사장이 아닌 이상, 지금의 상황을 뒤엎을 수는 없었다. 일 없이 흐느적거리며,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는 월급루팡의 모습에 또다시 속이 답답해졌다. 그 순간 어떤 말 한마디가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라."

내가 회사 대표도 아니고, 월급루팡 부모도 아니고, 어찌 그를 바꾸겠나. (뭐 부모님 말씀 들을 나이도 아니지만) 일종의 정신승리라고 불러도 좋다. 월급루팡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을 바꿔보기로 했다.


공자님이 말씀했다. 걸어가는 세 사람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또한 무례한 사람의 행위는 내 행실을 바로잡게 해주는 스승이라고. 월급루팡을 직장스트레스의 원인에서 삶의 태도와 방향을 성찰해 보는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월급루팡으로 인해 요동치는 내 감정의 소용돌이와 그 근원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이제 사무실의 월급루팡은 내 글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동안 그렇게 찾아 헤매던 글감이 내 눈앞에 있었다니.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만 보는 월급루팡의 모습을 보아도 예전만큼 부아가 치밀지는 않았다. 역시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말은 진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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