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 아는 것부터가 시작
일만 아니면 다 재밌어
사무실에 앉아있는 월급루팡을 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급루팡의 저 귀찮고 짜증 가득한 표정을 카톡 이모티콘으로 제작해서 귀차니즘 직장인이라고 팔면 꽤 잘 나가겠는데? 그냥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PC로는 카톡을, 휴대폰으로는 영상을 보는 게 전부인데 표정은 마치 회사에 몸 바쳐 일하다 번아웃이 온 직장인 같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월급루팡이 가끔 즐거워 보일 때는 유튜브에서 재밌는 영상을 봤을 때나 후배들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갈 때 정도다. 아 맞다. 후배에게 자기가 얼마나 영리하게 뭘 샀는지 자랑할 때도 있구나. 경박한 웃음소리가 파티션 너머 들려오면 오늘은 또 무슨 자랑을 했길래 기분이 그리 좋은가 싶다.
후배 앞에서 뻐기는 즐거움으로 사는 월급루팡을 보면서, 정녕 일을 하면서는 저렇게 즐거울 수는 없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일을 하면서 매사 즐거운 수는 없겠지만, 잘 찾아보면 즐거운 순간들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취미가 일이 되면 즐거울까?
SNS를 하다 보면, 취미가 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해서 금손으로 인정받는 케이스다. 인스타그램에서 제작의뢰를 받거나, 공동구매를 하거나 또는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중개 플랫폼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를 하기도 한다.
부업 정도라면 모를까 취미가 전업이 되면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취미가 일이 돼서, 더 이상 즐겁지 않다는 사람들도 꽤 봤다. 취미는 잘할 필요가 없지만, 일은 잘하는 것이 당연하다. 취미는 못해도 혼나지 않지만, 일은 못하면 질책을 받는다. 취미는 남에게 평가를 받지 않지만, 일은 수시로 평가의 대상이 된다. 취미는 질리거나 싫어지면 안 하면 그만이지만, 일은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활동을 일로 삼으면 안 된다고도 한다.
반면, 덕업일치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람들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하는 사람은 관심 있는 분야에 재능 한 스푼이 더해진 운 좋은 경우이거나, 어차피 돈 버는 일은 힘들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로 나뉜다. 결국 취미가 일이 된다고 반드시 힘든 것도 아니고, 반드시 즐거운 것도 아닌 셈이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꼭 해야 할 일
사람들마다 즐겁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제각각 다르다. 불안이 높은 사람에게는 예측된 일만 순조롭게 일어나는 상황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지만, 짜릿함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지루한 상황이듯이. 일은 최대한 안 하고 그저 남의 주머니에서 꽁돈 빼먹는 것이 즐거운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월급루팡은 이미 날로 먹는 상황이 너무 익숙해져서 즐거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가? 질문해 보는 것이다.
나는 일 자체는 재미가 없어도, 일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나는 잘 못하는 분야라 하더라도, 해보고 싶던 일에 도전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나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이룰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들어 몰입할 때 즐거움울 느끼는 사람인가?
어쩌면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지만, 경력과 밥벌이의 무게 때문에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걸 수도.
"무엇을 하든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전적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서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더라고 하고 싶은 일에 임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에게 있어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적인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떠오른 하이메 아욘이 한 디자인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그가 일에서 찾은 즐거움은 최선을 다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에서 찾을 즐거움은 어떤 모습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참고 : 유니크한 세련미와 소박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디자이너 (heypo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