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러닝 입문기

by 오동

신혼집을 정할 때 마지막까지 2군데 후보지를 놓고 고민했었다. 그중에서 지금의 신혼집으로 결정한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호수공원이 있어서였다. '호세권'이라고 해야 되나. 평소에도 산책을 좋아해서 지척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 좋았는데,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공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소중해졌다.

혼자 러닝을 할 때면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가까운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뛰는데 거리를 측정해 보면 딱 5km가 나온다. 나는 러닝을 하기 위해 이 집을 선택한 것인가?라는 다소 과장된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확하게 5k가 찍혀서 놀랐다. 혼자 뛸 때면 같이 뛸 때보다 금방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직 5km 이상은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뛰다 보면 산책을 나온 반려견들,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기운이 남아있을 때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과 인사하는 것이 내 러닝의 숨은 재미 포인트 중 하나이다.

또 공원을 달리다 보면 그날의 날씨나 햇살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단풍이 한창인 계절이라 뛰다 보면 제각기 다른 속도로 물들어 있는 단풍들과 골든리트리버의 꼬리 같은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뛰면 이러한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조경학자 배정한 교수가 엮은 <공원의 위로>라는 책에서 다음 문장을 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원은 우리 사람에게도 또 길 위의 동물들에게도 너그러운 공간이다.


공원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다.

<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6p


이런 공원들이 곳곳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뛰지 않더라도 공원에 나와서 걷고, 자연을 보며 계절을 만끽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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