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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an 25. 2022

[서평]불편한 편의점

마법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바로 그 곳


이 소설에는 의외로 매력적인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그중 일부는 독자와 찐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미스터리 형식을 빌려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아간다는 커다란 뼈대 이야기에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의 사건 사고가 양념처럼 덧대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럿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이어져 하나의 큰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구조로, 질 좋은 기획안을 보는 듯한 통쾌함까지 있다.


단지, 이 소설을 처음에 접했을 때 불편했던 점은 제목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냄새를 너무도 강하게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편의점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그 기적은 코로나로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감성팔이' 달고나 라떼 정도가 되겠구나 하는 '가치 절하'의 자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창곡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노숙자가 의사로 변신하는 기적이, 그리고 노숙자 야간 알바생으로 인하여 세상에 빛을 잃고 사는 사람이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되는 마법이 신비롭게 행해진다.    


그러나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플롯을 아주 잘 기획된 인물과 구조, 그리고 맛깔스러운 대사로 표현하여, 순식간에 완독을 부르는 중독성과 몰입감을 훌륭하게 소환해 낸다. 미스터리 장르답게 흥신소, 미행, 칼, 살인 협박, 의료 비리 등의 장면이 나오지만, 12세 관람가 정도의 순화된 표현으로 해리포터와 같은 성인을 위한 '미스터리 판타지 동화'물 수준의 폭력성이 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읽기 딱 좋으며, (나도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읽기 시작했다) 편의점 알바 시간에 짬짬이 시간 내어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편의점 알바생 필독 도서가 아닐까?) 이 소설을 보면, 전형적인 인물의 구축이 필연적 사건의 발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소설에서 사건 자체가 독자의 시선을 끄는 힘이 된다면, 세심한 인물 설정과 인물 간의 연결고리 구조는 몰입감을 강화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된다는 점을 공식처럼 보여준다. 소설을 준비하는 작가라면, 사건과 인물, 그리고 인물 간의 관계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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