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연휴의 마지막 날에 밀레의 서재 추천 도서인 '비디오 키드의 생애'를 완독했다. 오디오 북 형식을 선택하였고, 브런치 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이었다. Audio 더빙 성우는 배우 조정석이 아닌 인공지능이 학습한 조정석이 맡아주었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더빙 성우의 활약으로 오디오 북 전성시대의 도래를 기대하게 할 만큼 안정적인 톤과 호흡으로 잘 이끌어 주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작은 통로, 작고 어린 몸으로 세계의 구석구석을 마음의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프롤로그에서)
책을 펼치면, 위와 같이 글솜씨가 돋보이는 문장을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브런치 북 수상작답게 짧은 문장으로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강했고,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준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비디오 세대 혹은 영상 세대는 책을 멀리하는 세대라고 여겨졌지만, 오디오 북의 등장과 함께 영상 세대가 더 쉽게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상 세대에 친화적인 요소가 많다. 오디오 북의 성우 말하기 속도를 1.5배속 정도로 설정해 놓으면,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을 성우가 다시 한번 소리 내 읽어주는 듯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즉,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읽는 듯한 느낌을 오디오 북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보지만 보고 듣는 반복 학습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었다. 나도 이 오디오 북을 통하여 책 내용을 더 충실히 이해할 수 있었고, 더불어 작가의 필력, 즉 글솜씨에 대한 매력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17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 데, 초등학교 시절 자장면을 먹으며, 집에서 혼자 비디오를 몇 번씩이고 돌려보던 그 모습에 공감이 더 간다. 1985년생 작가가 소환한 초등학교 시절 추억의 영화로는 <새엄마는 외계인, 1988>, <백발마녀전> 등이 있고, 중학생이 되면서 <희생, 1986>, <벨벳 골드마인, 1998>, <클루리스, 1995> 등의 생소한 영화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삶, 2006>이나 <타인의 취향, 1999> 등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서는, 영화나 문학이 어떤 이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음을 새삼 강조한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오디오 북으로 읽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책 내용도 재미있지만, 작가의 유쾌한 문장과 문장 속에 숨어있는 작가의 개성 어린 위트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특히나 Brunch 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작가 데뷔를 꿈꾸는 모든 브런치 작가 지망생이 꼭 한 번을 읽어보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책의 주제를 정한 후에, 매 회차 글을 어떻게 정리하고 전개해야 하는지 일종의 모범을 보여준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로 웅얼웅얼 소리를 내어 책 읽는 버릇을 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눈으로 문자를 읽지만, 문자를 바로 뇌에서 인지하는 것은 아니고, 읽은 문자를 소리로 바꾼 후에, 그 소리를 뇌에서 해석하여 문장의 의미를 인식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이 잘 맞아떨어지는 독서가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잘 쓰인 문장은 성우가 읽었을 때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이라는 점이다.
퇴고할 때 명심하자. 한 번 꼭 소리내어 읽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