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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y 28. 2022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8

요즘 중3의 생활

"희람아! 우리 기민증이라는 검사를 한 번 받아보자!!!"


"기민증?"


"그래, 기민증. 병원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너의 진짜 수면 상태가 어떤지, 뇌파를 기록하고 아침에 잠에서 잘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함께 찾아보는 검사야!"


"학교는 안 가도 돼?"


"그럼, 학교에는 병원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되는 거야!!"


"그래, 좋아"


희람이는 학교에 안 가도 되는 이유가 벌써 '기민증'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듯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건이 생긴 것이 마냥 기분 좋기까지 했다. 엄마는 그런 희람이의 태도가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했지만, 내심 정말로 기민증이면 어떡하지? 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희람이는 평소에 잠꼬대도 심하게 하는데, 악몽도 많이 꾸고... 아침에는 정말 일어나지 못하는데, 정말로 기민증이면 큰 병이 아닐까? 고칠 수는 있는 병일까?" 엄마는 이번 검사를 통하여 의사 선생님과 함께 희람이의 꿈속으로 들어가 볼 요량이었다. "희람이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기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거지?"



희람이의 꿈

희람이는 잠옷과 애착 인형을 챙겨서 예약한 수면 전문 병원으로 이동했다. 강남 한 복판에 있는 병원이라서 길이 막힐 것을 생각하면, 희람이는 저녁을 먹기 전에 이동해야만 했다. 호텔에서 잠을 자 본 적은 있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래도 희람이는 본인이 정말로 '기민증'이라는 병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 전날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 잠을 깨지 못하는 것이 본인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상한 아이인가? 왜 우리 식구 중에 나만 그렇지?"


희람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에 대한 서러움으로 울컥도 했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어주지 않은 엄마, 아빠가 너무나도 야속했었다. 엄마는 항상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의지의 문제야!"라는 말로 희람이를 무시했었는데, 기민증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엄마도 희람이의 말을 믿어 줄 것 같았다. 약간의 희망을 품으며 두렵지만 희람이는 병원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엄마는 희람이에게 집에 돌아가서 내일 데리러 온다고 했지만, 의사 선생님과 희람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 요청으로 그 방에서 희람이의 꿈을 함께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찰칵찰칵찰칵"


드디어 모니터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직 모니터에는 검은색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는 나기 시작했다.


"희람아. 여기가 어디야?" 엄마는 마음속으로 희람이가 꿈속에서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AWAKENING

희람이는 낯선 곳에서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듯했다. "여기가 어디지?"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직 주변은 거무스름하고 어두컴컴했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찰칵찰칵" 어디선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우와~~ 우와~~~" 하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희람이는 현기증이 느껴질 때 나는 독특한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나 멀미하는 건가?" 희람이는 당황스러웠다. 희람이는 사람이 많은 곳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 희람이의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코피가 나는 듯했다. 어릴 적부터 코피가 너무 자주 터졌는데, 코피가 날 때마다 느껴지는 현기증이 바로 이것과도 같았다. 코피를 멈추기 위해 잠시 머리를 숙였다가 잠시 쉬고 희람이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면서, 희람이는 화려한 취재진에 둘러싸인 것을 알아차렸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지만, 희람이는 매스 꺼림과 현기증을 참느라 아무런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옆에 있던 키 큰 외국인이 나에게 조곤조곤 말하는 것은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헤이 희람, 감독 데뷔 축하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네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야!! 사람들이 네 영화를 사랑해"


희람이는 고개를 살짝 숙여 묵례 비슷한 것을 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사소한 희람의 표정 변화에도 카메라 기자는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댔다. 희람이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어느새 영화관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영화관 안에서는 희람이가 제작한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모든 관객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모습을 희람이는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의 모든 눈이 스크린을 향해 있었고, 입은 꾹 다문채 팔뚝에는 긴장감으로 잔털이 곤두 선 모양이 보였다.


희람이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깅~" 큰 스크린에서 소리가 나자, 관객들은 갑자기 영화 스크린을 보다가 극장의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엄마와 닮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다시 모니터링룸

"엄마! 엄마가 잘못했잖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모니터링 룸의 스피커를 통해서 희람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정말 심하게 잠꼬대하는군요. 보통은 이렇게 큰 소리로 잠꼬대하지는 않지요" 짐짓 놀라움을 표정 밖으로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커다란 기계를 조작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희람이가 또 잠꼬대하는구나. 뭐 이 정도는 평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희람의 엄마는 도대체 희람이의 꿈이 어떤 것이기에 희람이가 또 엄마 탓을 하고 있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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