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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y 21. 2022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7

교육부에 묻다. 학교는요?

"마음을 글로 그린다"

희람이는 이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약한 바람에도 공기 방울로 변한 몸이 하나하나 심하게 떨리는 것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람이구나!"라고 알아차렸고, 또 습기를 품은 공기에서도 "아~~ 이게 습기를 품은 공기구나!"라고 공기의 질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미약한 로즈메리 향에도 공기 방울로 변한 희람은 방울방울 조잘대며 그 향의 종류와 성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희람이가 처음으로 하늘과 하나 된 세상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공기 방울에 닿는 모든 것에서 평소와는 다른 온도와 질감, 그리고 향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와~~ 엄청나구나!!"하며 희람이는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하느라, 딴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감각의 세계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집중과 몰입의 경험을 주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공기 방울의 움직임에 익숙해지자 희람이는 마음만 먹으면 세상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희람이는 어제의 시간으로 날아가 보았다.


"희람이의 어제"

희람이는 어제까지 너무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LOL(League of Legend)을 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다. 엄마가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 사준 노트북이 있는데, 그 노트북은 너무 후졌다. 게임은 엄두도 못 낸다. 요즘 친구들과 게임방에서 LOL을 하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집에서도 계속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시작할 때는 거의 비슷한 레벨이었는데, 요즘은 희람이 LOL 캐릭터는 고만고만한데, 친구 것은 엄청나게 커져서 돌아오는 바람에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에 게임방에서는 게임을 시작할 때는 희람이가 제일 잘했는데, 이제는 희람이보다 실력이 없는 아이들의 캐릭터가 더 세지고 강해져서 희람이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나도 집에 컴퓨터가 있으면, 친구들보다 훨씬 더 잘할 자신이 있는데, 나만 컴퓨터가 없어서 게임을 할 때마다 '이런 감정'을 이겨내기가 너무 힘들어"하고 희람은 속상해했다.


희람이는 엄마에게 졸라서라도 컴퓨터를 꼭 갖고 싶었다. 엄마에게 이야기하기가 아주 미안했지만, 그래도 희람이는 컴퓨터는 꼭 있어야 했다. 요즘 아이들과 게임방에서 함께 모여 LOL을 하면, 내 캐릭터는 너무 힘이 약하다고 안 끼워주려고 눈치를 주는 아이가 한둘이 아니다. 희람이는 이런 게 너무 싫었다.


엄마에게 졸랐지만, 엄마는 요지부동이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으면서 무슨 게임이니? 우선 학교부터 제대로 다녀야 해! 학생이 공부해야지 무슨 게임이니?"하면서 엄마는 또 학교 타령이다. "최소한 학교는 가야지? 너는 커서 도대체 뭐가 될래?"라는 똑같은 레퍼토리는 별책부록으로 따라온다.


"학교다는 것이 최소한 지켜야하는 규범인건가? 왜지?" 희람이는 물었다.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심지어 선생님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시지는 않는다. 단지 "희람아, 학교는 최소한 졸업해야지. 안그러면 큰 일난다!!"라는 말만 반복하신다.   


명쾌한 대답을 들은 적이 없는 희람이에게 학교는 그냥 졸업 일수만 채워서 졸업만 하면 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희람이는 학칙상에 있는 허용되는 무단결석과 무단 지각의 최대치를 벌써 계산해놓았다. "이 일수만 채우면 난 졸업이야."라고 하면서 학교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 했다.


학원 다니기를 포기한 희람이가 유일하게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학교였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는 친구를 만나서도 재미가 없다. 밥도 혼자 먹어야 하고, 학교 교실에서도 띄엄띄엄 앉아야 했다. 희람이에게 그런 학교는 너무나도 희망이 없는 곳이 되었다.


요즘은 너무 무단결석을 자주 해서, 더 이상 결석을 하면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울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한테 문자도 받고, 학생지도위원회에서도 경고가 날라왔다. 그래서 희람이는 점심까지 잠을 자고, 5교시 6교시가 되면 학교에 간다. 졸업하고 싶어서였다. 희람이는 자신의 그런 행동에 조금은 뿌듯해했다. "내가 졸업하려고 이렇게나 힘들게 학교를 나가는 데 나 좀 대단하지 않아? 나는 칭찬받을 만하지?"


"희람이는 칭찬을 좋아해"

희람이는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칭찬을 들으면 기운이 난다. 그런데 엄마가 요즘은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다. 칭찬이 참 인색하다. 희람이는 자기가 늦더라도 학교 가는 일은 칭찬받을 일인데, 엄마는 전혀 칭찬을 안 한다. 오히려 학교에 늦게 가는 것을 문제 삼는다. 또한 희람이 입장에서는 학원은 다니지 않더라도, 과외하고 숙제하는 일은 칭찬받을 일인데, 엄마는 칭찬을 절대로 안 한다. 오히려 누구는 무슨 무슨 학원에 다니고, 누구 집 딸은 이번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백 점 맞았다는 둥 희람이와 비교하기에 바쁘다.


희람이도 나름 노력했는데, 노력에 대한 칭찬은 조금도 해주지 않으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엄마는 그냥 결과만 바랄 뿐이다. 희람이는 솔직히 엄마를 닮아서 공부를 못하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희람이는 "컴퓨터도 없는 데", "밥도 제대로 안 해주면서", "옷도 안 사주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다는 제빵 수업은 못 듣게 하고", "난 드럼을 치고 싶은데"... 그것은 못하게 하면서 엄마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덜컥 눈물부터 난다.


공기 방울이 되어 희람이의 마음을 보니, 희람이도 마음이 함께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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