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백일 Jul 30. 2022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 제2부 1편

우주 정착지


희람이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아~~" 몸을 왼편으로 한번 뒤척이자 다시 한번 전선이 모두 뜯겨나갈 것만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무슨 일인거지?" 희람이는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몸은 오른편으로 돌려 몸을 일으키려고 시도했다. 오른편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듯 큰 고통 없이 신체를 일으킬 수 있었다. 아마도 이번 우주 탐사 운항 중에 신체의 일부가 손상을 입은 모양이고, 그 부위는 일단 왼쪽 어깨 부분인 듯 했다. 보통 우주여행 중에 손상을 입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은 여느 때보다는 다르게 조금 더 심한 고통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세심하게 손상 부위를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희람이의 이번에는 지구 각지의 고유문화를 우주 정착지에 3D 프린터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래서 급하게 3D프린터 기능이 탑재된 거대 인공 신체를 개조해서 우주 저편으로 보낸 것이다. 커다란 덩치의 인공 신체에 분리형 추진 로켓을 연결하고, 우주 정착지에 도착하면 인공 신체는 거대한 3D프린터로 변신하여 끊임없이 인공물을 만들어내는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희람이는 우주 저편에서의 섬세한 작동을 위해 인공 신체와는 감각기관을 연결하여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였고, 동작 명령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조하였다. 감각 정보는 아메바의 신경 시스템을 모방하여 개발하였기 때문에 외부 자극을 인지 회로를 거치지 않고 즉시 받아볼 수 있었지만, 뇌 회로에 탑재된 고등 인지 회로 시스템은 별도로 부팅작업이 필요했다.


다행히 뇌 회로가 완전하게 부팅되기 전에 희람이는 간단한 팔 동작 신호는 아메바 신경 시스템을 통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신체에 전달할 수 있었다. 오른쪽 손을 뻗어 고통이 감지되는 왼쪽 어깨 부위로 이동하였다. 오른쪽 손에 부착된 감각 센서는 왼쪽 어깨 부위의 손상을 정확하게 검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1차로 파손, 골절 등의 심한 손상을 감지할 수는 있어 보였다.


왼쪽 어깨 부위에는 3D 프린터의 핵심부품인 익스트루더, 팬, 그리고 높이 감지 센서가 집약적으로 장착되어있었다. 따라서 만약 이 부위에 물리적인 손상이 생겼다면 3D 프린팅 출력 작업에 직접적인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했다. 희람이는 침착하게 왼쪽 어깨 부위로부터 천천히 팔뚝 팔꿈치, 팔목 순으로 오른손에 장착된 촉각 스캐너를 작동시켜보았다.


간단하게 스캐닝을 마쳤을 때는 어깨 관절 부위의 연결부분이 일부 뜯겨나간 듯 보였다. 이제 뇌 회로의 인지 시스템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로 어깨 부위에 대한 입체 시각 정보를 중점적으로 수집할 생각이다. 입체 카메라로 수집한 정보로 원격으로 3D 프린터의 미세한 부품 교체 작업을 직접 진행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지지지직~~" 저 멀리 우주 건너편의 카메라 센서에서 보낸 입체 시각 정보는 희람이가 이해할 수 있는 뇌파 신호로 변환되어 희람이의 주변시와 중심시를 재구성하기 시작하였다. 희람이가 이해할 수 없는 입체 시각 정보는 커다란 검은색 큐브로 표현되어, 희람이는 지금 우주 정착지 표면을 검은색 구멍이 군데군데 뚫어져 있는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음~~~ 파손된 부위가 예상외로 심각한데!" 희람이는 인공신체의 어깨 부위에서 비틀어진 부품과 단선된 부품을 세심하게 살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수리를 해 본 적이 있었지만 아주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서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Think, 생각해야 해"


희람이가 하는 프로젝트는 우주 정착지의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정책 입안자들은 우주 정착지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감수성에 그다지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착민이 충분히 효율적으로 광산에 출근하고 광물을 채굴하며, 이를 지구 전송선에 효율적으로 싫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편이었다.


희람이가 지구인의 문화유산을 우주 정착지에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프로젝트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창조성을 촉발하는 시럽을 마시고 여러 곳의 차원 여행을 다니며, 우주와 인간은 무엇인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순응할 때 보다 더 자유로운 창조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구인에게 전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 인류 문명 복제 프로젝트도 역시 희람이의 개인적인 비용과 노력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이런 문제 상황에 닥칠 때마다 희람이는 "내가 이런 수고를 꼭 해야 할까? 알아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나도 남들처럼 광물이나 채광하러 가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회의감이 들곤 했다. "우주 정착지에서의 문명 건설이 내 인생 목표였는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고작 3D 프린터 수리 작업이라니... 참, 갈 길이 멀구나!!!"


큰 목표를 가지고 뛰어든 일이었지만, 이럴 때면 희람이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