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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Nov 08. 2022

교감의 순간을 그리다

11월 8일 그림일기


요즘은 그림 그리는 시간이 아주 좋다.

총 6명이 함께하는 누드 크로키 모임이다. 동호회라고 해야 할까? 스터디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의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희망할 만큼 운영이 매끄럽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모임이다.


한 분이 멋진 공간을 대여해주시고, 꾸며주시고, 다른 한 분은 열심히 모델 스케줄 어레인지와 총무일을 해주신다. 고마울 따름이다.

함께 그리는 동료 분과는 사전 친분관계는 없었고, 그냥 그림으로 만났고, 그림을 함께 그리는 사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대상을 보며 그 열정을 한 장의 종이에 쏟아붓는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이 진한 소통과 동질감을 만들어 낸다.


공감과 소통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때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말 한마디 없이 집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공감과 소통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모델도 말한다. 교감이 좋은 드로잉 클래스에서는 자신의 몸에서 각종 다양한 선이 빠져나와 드로잉 작가의 종이 위에 그 선을 뿌려놓고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 행위가 비슷하지 않을까?


내 영혼이 다른 사람의 영혼과 그 순간 교감하고, 공감하고 치유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경험. 바로 그 경험을 원해서 예술행위를 하고, 예술가의 작품을 보고, 공연장에 가는 것은 아닐는지.


작가는 글로써 교감하고,

모델은 포즈로 교감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교감하고,

음악가는 소리로 교감하고,


그 교감의 순간에 느낄 수 다른 차원의 몰입 경험을 우리 모두는 원한다. 


대화를 통해서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연예를 통해서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원하지만, SNS를 통해서 그 경험을 갈구하지만, 교감은 일방적 발신과 달라서 내 영혼이 나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에게로 뻗어나가 그 들의 영혼과 교류하고, 그래서 치유하는 경험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어제는 조금 느꼈다.


교감의 순간이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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